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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Sep 16. 2024

디제잉을 시작했습니다.

DJ, 매력적인 직업



전역 후,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시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느낌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어딘가 사라져버린 듯한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마치 내 자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처럼,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만 같은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디제잉 일일 체험’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그 순간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졌다. 새로운 도전, 그리고 음악이라는 단어가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서둘러 체험 신청을 했다.


체험 당일, 학원에 도착하자 디제잉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복잡해 보였지만 왠지 그 복잡함이 나를 더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등장했다. 그는 나와 몇 명의 다른 체험자들에게 디제잉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디제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사람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물하는 직업이라니. 정말 멋진 일 같았다.


“디제이는 눈으로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읽고, 귀로는 자신이 선별한 곡을 듣고, 손으로는 장비를 다루죠.”


'멋있다.'


선생님의 설명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안 되는 직업,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맞는 곡을 선택하는 감각이 필요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느꼈다. 디제잉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것이었다.


진짜 이유

체험을 마치고도 그 날의 경험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더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몇 주 후, 다시 학원에 찾아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 더 배우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했다.


“왜 배우고 싶나요?”


그 순간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대답했다.


“사람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속마음의 전부는 아니었다. 사실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된다면, 나 자신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혼자라는 느낌이 조금은 사라질 것만 같았다.


첫 정식 수업드디어 첫 정식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업이었지만, 나의 집중은 온통 음악과 장비에 쏠려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첫 번째 과제를 주었다.


“오늘은 마디를 찾는 연습을 할 거예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디를 찾는 연습이라니, 이게 정말 필요한 걸까?'


왠지 이 단순한 작업이 낯설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때 선생님이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


“진짜 좋은 디제이는 한 번의 무대를 위해서 엄청난 연습을 합니다.”


그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단 한 번의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단순히 재밌고 즐거운 것만으로는 진정한 기쁨을 선사할 수 없다는 것을.


목표

그날 이후, 나는 더욱 열심히 연습하기로 결심했다. 장비를 다루는 기술, 마디를 찾는 감각, 분위기를 읽는 능력까지. 모든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 꿈은 더 확고해졌다.


언젠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멋진 음악과 함께 최고의 시간을 선물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때 나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함께 웃고 즐기는 그 순간이, 나에게도 기쁨을 선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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