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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Sep 17. 2024

운명의 경계

하지 못할 운명이란 없다.

미나는 눈앞의 어두운 공간을 가만히 응시했다. 방의 구석, 오래된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스며든 빛이, 마치 그녀의 마음속을 비추듯 미약하게 깜빡거렸다. 손에 쥔 종이는 마치 쇠사슬처럼 무거웠다. 몇 주 전에 점쟁이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남아 있었다.

"넌 하지 못할 운명이야."

그 말은 예언처럼 무겁고 단호했다. 그녀가 애써 준비했던 꿈과 계획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엔 분노가 치밀었다. 왜 그 한 사람의 말이 그녀의 삶을 이렇게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 분노는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혹시 그 말이 맞다면? 혹시 정말 그 길은 그녀에게 열려 있지 않은 운명이라면?

친구인 수진은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진도 미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나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미나는 그 침묵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는 미나가 차를 마시며 수진에게 물었다.


"정말로… 내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수진은 조용히 컵을 내려놓고 미나의 눈을 응시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나, 누가 너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생각해 봐. 점쟁이도, 누구도 아니야. 너 자신이야."

미나는 수진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녀가 늘 알고 있던 진리였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수진은 계속해서 말했다.

"누군가가 '넌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야. 그 말을 너의 미래로 받아들이면 그때는 정말 네가 스스로 그 운명을 만들게 되는 거지. 하지만 넌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힘이 있어. 네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싸워나가면 되는 거야."


수진의 말에 미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동안 부정적인 말들에 갇혀 자신을 가두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내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 미나는 다시 꿈을 향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수진의 부드러운 격려는 그녀에게 더 이상 자신을 가두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운명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미나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며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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