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共著)에 대한 생각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 Yoko Ono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오노 요코와 존 레넌이 남긴 유명한 문장이다. 그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본질을 꿰뚫는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공저(共著)'란 그런 것이다. 단지 책을 같이 쓰는 행위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생각을 부딪치고, 서로의 언어를 섞어가는 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나'라는 고유한 목소리를 세상에 내는 일이다. '나'의 목소리는 오롯이 '나'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나'가 '우리'로 확장되는 순간,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그것은 대화가 되고, 울림이 되고, 때로는 싸움이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공동의 저작물'이 세상에 태어난다.
공저는 공동체와 닮았다. 공동체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모인 집합체다. 각자의 욕망과 개성은 때로 충돌하고, 때로는 조율된다. 누군가는 글의 리듬을 바꾸자고 하고, 누군가는 문장의 결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은 마치 서로 다른 악기를 가진 연주자들이 같은 곡을 완성해 가는 합주와 같다. 누군가의 음이 높아지면 다른 누군가는 낮추고, 누군가의 박자가 빨라지면 다른 누군가는 늦춘다. 그렇게 맞춰가는 과정이 바로 '공저'의 본질이다.
공저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시도이다. 때로는 내 문장이 부서지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문장이 내 문장 속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이기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하기'다. 그렇게 서로를 닮아가는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조율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행위(활동)'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행위'란 타인과 함께 공적인 세계에서 관계를 맺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했다. 공저 또한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행위'이며, 공동의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인 것이다.
또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플로우(Flow)' 이론 역시 공저의 과정과 맞닿아 있다. 칙센트미하이는 공동 작업 속에서 몰입 상태에 도달할 때, 개인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창조적 성취감을 경험한다고 했다. 공저는 그런 몰입의 집합체다. 서로 다른 몰입이 하나로 이어질 때, 우리는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이에 닿는다. 그 몰입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상상력이 맞닿는 순간을 경험한다.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이, 혼자서는 보이지 않는 풍경. 공저는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때로는 내 상상력이 닿지 않는 곳에 상대방의 상상력이 닿고, 내가 보지 못한 결을 상대방이 메워준다. 그 과정은 즐겁지만은 않다. 충돌하고, 실망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의 진폭을 견뎌낸 순간, '함께 꾸는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공저는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를 끝까지 묻는 일이다.
함께 만든 문장은 결코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다.
끝까지 물어보고 치열하게 대답해 본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