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기 (4) 바젤

by 박인식

2016년 여름에 페북에 올라온 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느 목사님께서 스위스 바젤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 허가를 받아놓고서 재정문제로 체류 허가를 거절당한 젊은 목사님의 후원을 요청하는 글이었습니다. 두 분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그 목사님께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만한 호소력 있는 글을 올리신 겁니다. 젊은 목사님께서 체류 허가를 거절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과정도 그랬지만, 그런 인재를 알아보고 절절한 호소를 올리신 목사님의 글도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종교신학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며 대가인 스위스 바젤 대학 라인홀드 베른하르트 교수가 이 젊은 목사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체류 허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모른 척할 수 없어 도움을 청하는 글을 공유한다”며 쓰신 글입니다. 얼마 후 그 글을 내리셨습니다만, 저는 지금도 그 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글을 읽고 글을 올리신 목사님의 설교를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교회 홈페이지에 설교 파일이 모두 올라와 있어서 부임 설교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회에서 하신 설교는 모두 들었습니다. 페북에서만 인사를 나눴던 그 목사님을 뵌 건 그 후로 3년이 지난 2019년 5월 휴가와서였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지금 저희가 출석하는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님이시지요.


그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납니다. (마음 같아서는 글 전체를 공개하고 싶습니다만,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네요)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런데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내가 그 비극을 조금 안다. 그래서 돕고 싶다. 난 이 젊고 패기 넘치는 신학도에게 기회가 열리도록 기도할 것이다. 미래의 신학자를 잃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손해다. 후원자가 많아지길, 그리고 꼭 바젤로 가는 길이 속히 열리길 기도한다.”


목사님께서 기대하셨던 대로 젊은 목사님은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와 저술과 강의에 전념하시다 얼마 전에 교회 공동체를 시작하셨습니다. 지난달에 박사 논문을 심사가 시작되었는데, 오래지 않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바젤에 간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삶의 커다란 부분을 바꿔놓았기 때문이지요. 여행기치고는 좀 엉뚱하지요?


요즘 최 목사님께서는 명화로 읽는 성경 이야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여셨습니다. 명화를 통해 당시의 신학과 신앙과 시대상을 읽는 것이지요. 바젤에는 쿤스트뮤지엄이라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있습니다. 첫 작품을 구매한 게 1661년이라니 무려 40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목사님 생각으로 들어갈까 했습니다만 입장료가 한두 푼이래야지요. 잠깐 망설이는데, 글쎄 그날이 무료입장하는 날이라지 않습니까. 매월 첫째 일요일, 상설전시에 한해서 말입니다.


저는 그림을 볼 줄 모릅니다. 그래도 여행지 미술관에서 부활주일에 만난 예수 수난과 부활의 명화들은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 루벤스의 <The Holy Trinity>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삼위 하나님을 형상으로 생각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부와 성자는 가능하겠지만, 성령은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습니다. 얼른 볼 때는 아기 천사들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설명을 찾아보니 위에 있는 비둘기라는군요. 성자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게 아니라 십자가를 들고 서 계신 건 ‘완성된 구원’을 상징한 거라고는 하는데, 나중에 목사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럽다는 댓글을 남기셨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기서도 아이들은 여느 미술관에서처럼 체험학습을 했습니다. 자주 말씀드립니다만, 유럽 어느 도시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아이들이 체험학습 할 수 있는 공간이 꼭 있더군요. 아이들이 전시물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배치하기도 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혜인이 혜원이 모두 생일잔치를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생겼다더군요.


미술관 곁에 라인강이 흐릅니다. 잠시 아이들과 휴식하러 내려갔는데, 세상에 길가에 명이나물이 천지로 깔렸지 않았겠습니까. 잎사귀는 오히려 우리 것보다 더 부드럽더군요. 길가나 화단에 있는 명이나물을 따는 게 불법이라네요. 화단을 훼손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숲속에 있는 것까지 그러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네요. 간혹 그걸 파는 곳도 있다니, 아주 불법은 아닌 모양입니다. 덕분에 저는 아이들 집에 오면 명이나물은 원 없이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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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l City Hall 01.jpg 바젤 구 시청
Basel City Hall 03.jpg 바젤 구 시청
Basel 07.jpg 라인강
Basel 08.jpg 강변을 메우고 있는 명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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