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기 (3) 블라우제, Blausee

by 박인식

알프스 주변에는 제(See)라고 부르는 호수가 무척 많습니다.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지형을 깎아 골짜기를 이루고, 그때 함께 밀려 내려온 흙무더기와 돌무더기가 골짜기를 막아 호수가 형성된 것이지요. 대표적인 알프스 빙하호수로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호수, 할슈타트 호수, 스위스 취리히 호수, 루체른 호수, 튠 호수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호수들은 말이 호수지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으로는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호수 몇 개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먼저 향한 곳이 바로 튠 호수(Thunersee)였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수많은 요트가 떠 있었습니다. 장관이기는 한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침 식사하려던 식당은 노천에서 무릎 담요 덮어야 하는 곳이라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섰습니다.


혜인 엄마가 아주 푸르다 못해 쪽빛을 띠는 호수가 있다며 앞장섰지요. 그런데 알려준 길이 도무지 호수가 있을 곳이 아니더란 말이지요. 작은 호수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호수면 어느 정도는 트여 있어야 하는데 점점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호수 입장권 파는 곳에 도착했는데도 호수가 어디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어른 13 CHF 25,000원 학생 9 CHF 17,000원)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가니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연못이 하나 나타나더군요. 호수는 아니고 연못이라고 하기 딱 알맞을 크기였습니다. 순간 낚였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가까워갈수록 묘한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물빛은 연두색에서 시작해 짙어져도 녹색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파란(靑)색이었습니다. 푸른(綠)색이 아니라. 그리 깊지는 않았지만, 바닥까지 환히 보일 정도로 투명했습니다. 물속엔 1미터씩은 되어 보이는 송어가 무리 지어 헤엄쳐 다니는 것도 장관이었습니다.


호수를 둘러보는 데 그저 삼십 분이나 걸렸을까요. 한 바퀴 돌고 나서 열두 명이 타는 노를 젓는 보트를 타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습니다. 뱃사공이라고 해야 할지 선장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분이 입담이 어찌 좋던지 손님들이 모두 웃기 바빴습니다. 이 호수가 생긴 지질학적인 배경부터 시작해, 여기서 사랑하는 이를 그리다 죽은 여인이 있었는데, 그 눈물로 호수가 채워져서 푸른 호수가 되었다나 뭐라나. 그러고는 천연덕스럽게 그 여인의 석상이 잠겨있는 바로 그 위에 배를 세워 놓았습니다. 보트 가운데를 유리로 막아 다 보이게 해놨거든요. 호수를 돌아볼 때 여인의 석상이 잠겨있는 걸 보고 저게 뭔가 했었는데, 결국 장삿속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야기 소재이다 싶었습니다.


먼 산꼭대기엔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몇 점 떠 있는 구름으로 하늘이 더욱 눈부시게 푸르르고, 깎아지른 벼랑 아래 숨어 있는 파란 호수, 그리고 그 속에 잠겨있는 여인의 석상. 그리고 그걸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뱃사공까지. 그만하면 스토리 텔링에 성공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곳에는 송어 요리 전문점도 있고, 보트 타는 값이며 바비큐장에서 쓸 나무도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답니다. 우리처럼 바쁘게 지나갈 게 아니라 음식 장만해와서 식구들과 온종일 보내기에 더 적당한 곳입니다.


이 글에 혹해서 찾을 분은 없으시겠습니다만, 차를 가지고 이동하다 들르는 건 몰라도 일부러 찾을 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냥 그런 곳도 있다 정도로 알아두시고, 혹시 차를 가지고 돌아보실 생각이라면 한 번 고려해볼 정도로 여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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