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트탈 니젠, Emdthal Niesen. 베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다 만난 마을입니다. 튠 호수(Thunersee) 언덕을 넘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무작정 마을로 들어갔지요. 거기서 오래도록 남을 기억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름난 곳을 찾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여행하며 본 모습과 살면서 본 모습이 다르지요. 그저 편안한 옷차림의 일상을 보는 게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스위스라고 하면 먼저 파란 하늘과 알프스의 만년설과 푸른 들판을 떠올립니다. 거기에 흰 구름과 스위스호른까지 어우러진다면 기가 막히지 않겠습니까. 어제 바로 그 모습을 만난 겁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교회 묘지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중년의 내외분은 꽃을 옮겨 심고, 아주머니 두 분은 스위스호른을 꺼내 연습하고 계시더군요. 평상복에 서툰 솜씨였지만, 그래서 그게 일상인 것이지요.
교회에 들어가니 지금껏 봐왔던 유럽 교회와는 확연히 다른, 아무런 장식도 없는 소박한 모습이었는데,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교회를 찾으면 늘 그렇듯 잠깐 묵상에 들었습니다.
그림 같은 풍경을,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누리게 하신 것에 감사하고, 흔들림 없이 일상을 이어오게 하신 것에 감사하고, 아이들과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득 이 모든 걸 내가 누리는 게 옳은가 하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만하면 됐으니 제게 허락하실 은혜가 더 남았거들랑 그걸 이 아이들에게 주십사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지혜가 자라고 지식도 늘어 훌륭한 시민으로 자라나기를, 받은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를, 그래도 실패할 수 있다는 걸 겸손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이 삶을 더 깊고 더 넓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기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아니 그런 상황일수록 하나님께서 더욱 가까이 계신다는 믿음을 잃지 않기를 구했습니다.
부활의 아침입니다. 무덤을 비우시고 일상의 한복판으로 찾아오신 주님을 묵상하며 여행 마지막 날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화창한 하루를 맞게 하신 걸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