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집에서 한 집 건너 작은 애와 나이가 같은 쌍둥이네가 삽니다. 작은 애와는 서로가 죽고 못사는 친구인 데다가 엄마들도 취미가 같아서 아이들과 미술관을 자주 찾습니다. 그 아이들 아빠가 스위스 사람이라지요. 그래서 휴가 때면 스위스를 찾는다네요. 그집은 지난주에 휴가를 떠났습니다. 우리가 오늘 베른을 간다니 마침 자기네도 베른을 올 거라고 해서 함께 파울 클레 미술관 미술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미술 수업 들어가고 나서 쌍둥이 아빠 안내로 주변 구경에 나섰습니다. 미술관 뒷편으로 돌아가니 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습니까. 고향 사람 답게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마테호른, 아이거 북벽... 스위스를 몇 번 와보기는 했어도 알프스를 한눈에 담기는 처음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 위로 보이는 알프스가 사진을 오려붙인 것처럼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몽환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알프스는 도시 곳곳에서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도시의 지붕처럼. 쌍둥이 아빠가 베른이 아름답기로는 유럽에서 으뜸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첫 번째 풍경이 그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풍경도 빠지지는 않습니다만.
베른에 들어서는데 포르투의 마리아 피아 다리를 연상시키는 아주 높은 아치형 강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키르헨펠트 다리와 코른하우스 다리입니다. 여기서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아레강으로 뛰어내린다던데 (다리 아래 있어 아랫강이 아니라 강 이름이 Aare river) 그러기엔 다리가 너무 높고 강은 너무 얕더군요. 알고보니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게 아니라 강으로 뛰어드는 거라네요.
마치 안동 하회마을처럼 도시를 휘감아 도는 아레강은 알프스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어서 매우 맑고 매우 차갑습니다. 유속도 깊이 변화도 심해서 강에 뛰어드는 게 매우 위험한데, 그런데도 여름엔 방수 가방에 옷과 소지품을 담아 목에 걸고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놀이가 있답니다. 그래서 위험한 구간은 시에서 더 이상 못 내려가게 막는다네요. 실제로 혜인 아범 친구 중에도 그걸 해본 친구가 있습니다.
이런 지형을 체코에서는 크룸노프라고 합니다. 관광 명소인 체스키 크룸노프가 그렇고 제가 일하는 두코바니 원전 근처에도 모라브스키 크룸노프가 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은 물이 돌아 들어온다고 해서 ‘물 하(河)에 돌아올 회(回)’를 쓰고, 우리 말로 ‘물돌이동’이라고도 하지요.
혜인 엄마가 그러는데, 카르헨펠트 다리가 포르투의 마리아 피아 다리를 닮았다고 느낀 게 다 이유가 있더군요. 모두 에펠탑을 건설한 구스타프 에펠의 작품이었어요. 포르투 다리는 1877년, 키르헨펠트 다리는 1883년, 에펠탑은 1889년. 글쎄 제 눈에 똑같아 보이더라구요. 아, 이놈의 눈썰미는...
기왕 베른 이야기 나온 김에 곰 이야기 하나 더. 아레강가에 실제로 곰이 삽니다. 베른이 곰, 베어에서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 상징으로 아래강 강가 비탈진 곳에 몇 마리를 키우고 있는 거랍니다.
이번 여행은 어떤 여행보다 즐겁습니다. 베른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혜인 아범이 연주 일정 때문에 함께 못 왔습니다. 그래서 혜인이가 온통 제 차지가 되었거든요. 자나깨나 그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