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고 기록을 만들어가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기세가 완연히 꺾였다. 상상의 대상조차 아니었던 천만관객에 대한 공약으로 관심을 끌었던 장항준 감독은 천만관객 돌파 후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관객이 얼마까지 들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이 영화에 관객이 더 드는 것보다는 그 관심이 다른 좋은 우리 영화로 옮겨가면 좋겠다"고 했다. 악의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그간의 인상에 어울리는 답변이었고, 그래서 그가 아름답게 이 영화의 흥행을 마무리지을 수 있게되기를 바랐다.
천만을 넘는 관객수는 이후로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때쯤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까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매일 박스오피스에 올라온 통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4위, 3위를 지나 2위까지 올랐을 때는 이미 기세가 꺾여 1위 탈환은 요원해보였다.
의아했다. 그의 일관된 생각대로라면 벌써 영화를 내렸어야 했는데, 회당 관객수가 20명 아래로 떨어졌는 데도 아직 상영을 끝낼 계획이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관심을 다른 영화에 돌려달라는 그의 바람은 그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을까? 욕이 배 따고 들어갈 것도 아닌데 돈 들어오는 일에 그만한 욕 먹는 것쯤이야 어떠랴 한들 거기 대고 뭐라 할 말은 없다.
오늘 드디어 회당 평균 관객수가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서너 명 놓고 상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이미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은데, 과연 그가 생각하는 끝은 어디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