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더불어 사는 세상

by 박인식

건들지 말기


살다 보면 말하기 싫을 때가 있고 말하기 싫은 이유조차 설명하기 싫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건들지 않는 게 피차에 도움이 된다. (1993.09)



의사결정


여러 사람이 의견을 모아 어떤 일을 결정했다면 설령 그것이 부적절하더라도 한 개인의 의견에 따라 이를 번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개인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번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집단의 의사가 무시됨으로 인해 잃는 것이 더욱 많다. (1993.12)



감정조절


어떤 경우에도 언성을 높여야만 할 일은 없다. 언성을 높이면 감정이 상하고, 감정이 상하면 오히려 자기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이 신중하지 못해 보인다. 감정을 절제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자기 의사가 상대편에게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 이를 지키지 못해 부끄럽다. (1994.02)



아량


남에게 속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 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1995.02)



승진


어느 조직에서든 자기가 승진하는 가장 건전한 방법은 자기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승진하도록 돕는 것이다. (1995.03)



감사


조그마한 것이라도 남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고마움을 표시하되 그 표시는 빠를수록 좋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상대편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작아지게 마련이다. (1995.10)



남에게 돌리는 공


잘된 공은 가능한 남에게 돌리는 것이 자기에게 득이 된다. 긴 안목에서 자기에게 득이 되는 행동이기에 앞서 잘된 공을 자기에게 돌린다는 게 좀 낯 간지러운 일이 아닐까? (1995.11)



화해가 필요한 이유


다른 사람과 불편하게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 중 하나가 불편한 관계로 인해 자기 행동이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직장에서든 동네에서든 불편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는 좀처럼 가지 않거나, 정도가 심하면 피하는 경우까지 있다. 결국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1999.01)



풍요로운 인생


사람은 조금씩 손해 본다는 기분으로 살아갈 일이다. 그것이 결국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2002.08)



벚꽃


벚꽃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벚꽃은 모여 있으면 아름답지만 하나하나가 특별히 아름다운 건 아니다. 이처럼 특별하지 않은데 모아놓으면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 있는가 하면, 떼어 놓으면 아름다운데 모아 놓으면 특별해 보이지 않는 꽃도 있다. 사람 사는 것이라고 다르겠나. 모여서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떨어져 있어야만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모여 살도록 지어놓으셨으니 떨어져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모여서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04.03)



윈-윈


사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내게 유익한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애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상대와 오래도록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에게서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상대 역시 나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거래란 지극히 타산적인 행위이므로 한 쪽에게만 유리하고 다른 쪽에는 이익이 없거나 불리해서는 관계가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 보다는 상대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런 지속적인 관계는 궁극적으로 내 유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2004.05)



축대 쌓기


축대를 쌓을 때 먼저 놓은 돌에 나중 놓을 돌을 깎아 맞추기도 하고 나중에 놓을 돌에 먼저 놓은 돌을 깎아 맞추기도 하는데, 먼저 놓은 돌을 깎아 맞춘 축대가 훨씬 튼튼하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쳐서인지 몰라도 축대는 의례히 나중에 놓을 돌을 깎아 맞추는 것으로만 생각해오다가 먼저 놓은 돌을 깎아 맞추는 것이 더 튼튼하다는 말을 들으니 무척이나 생소하다.


사람 사는 일이라고 이와 다르겠나. 그저 나중 놓을 돌을 먼저 놓은 돌에 깎아 맞춰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작은 자가 큰 자 섬기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사는데, 어디 그것이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고 윗사람이 아랫사람 섬기는 것만큼 원만하고 튼튼하겠나. (2004.09)



비싼 값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나무 무늬로 덮은 세간이 원목으로 만든 세간과 같아 보일 수는 없다.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원목이 지닌 품격을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고 오히려 천박함이 드러나 그러지 않음만 못하기 십상이다.


행동은 전혀 비싼 값을 하지 못하면서 그저 돈만 많으면 자기들이 비싼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비싼 옷을 입고 그래서 비싼 사람만큼 대접받고 싶으면 그에 걸맞은 비싼 행동을 해야 옳다. 속과 겉이 어울리지 않으면 천박함이 배어나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비싼 옷을 입고, 비싸게 대접받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행동을 비싸게 할 일이다. (2004.10)



덕분


요즘은 통 ‘덕분에’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는데. 그저 언어 습관이 달라진 것에 불과한가, 아니면 모든 일이 다른 사람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가. 그러고 보니 이 말이 듣기 힘들어진 것과 세상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이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2004.10)



사실 확인


남을 이해하고 배려해서 남의 잘못을 용납하고 용서하는 일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잘못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남을 정죄하고 또 그것을 고통 가운데 용서하는 일은 얼마나 어이없고 쓸데없는 일인가. 그러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거든 그것을 판단하기에 앞서 먼서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죄하고 비난하는 일이야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테니 말이다. (2004.12)



사랑의 모습


‘인간(人間)’이라는 것은 사람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 본 표현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랑으로 채워져 있을 때만 온전해진다. 흔히 사랑은 개인적인 관계에만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은 공적인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필요하다. 공의에 전제가 되는 용서 역시 사랑의 감정이며,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 역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 실수에 대한 관용, 미완에 대한 기대 역시 사랑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이다. 드러낼 수 있음에도 드러내지 않는 겸손, 참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끝까지 참을 줄 아는 인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4.12)



타협


내가 반드시 옳을 수 없고 상대가 반드시 그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상대가, 때로는 서로가 조금씩 물러나는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2005.01)



표리부동


누군가가 못마땅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험담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스쳐 지나갈 사람이 아니라면 험담을 할 만큼 못마땅하다고 해서 못마땅한 감정을 얼굴에 내보이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뒤로는 험담을 하면서 앞에서는 친한 척, 가까운 척 살갑게 구는 것도 사람으로서 할 짓은 아니다. 못마땅한 마음을 내보이고 사는 것도 피차에 피곤한 일이니 삼가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 이상으로 살갑게 굴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기보다는 오히려 교활한 것이 아닐까. 평생 살아오면서 그런 사람을 적지 않게 봐왔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 (2005.03)



사람을 평가하는 일


좋고 싫은 것과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그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산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특히 그렇다.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마음에 들면 하는 일마다 곱게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는 일마다 밉상으로 보이는 것도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그저 생각에 머물러야 할 것이지 입 밖에 내거나 일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그런 생각을 그저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꼭 바깥으로 드러내서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때로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미화시키려 한다. 그것은 선이 분명한 게 아니라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인데도 말이다. (2006.07)



조언


조언이란 본래 듣기 싫은 것이라서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렇다고 조언을 털어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경계의 효과는 있다. 그러니 조언은 딱 그만큼만 기대하고 하는 것이 좋다. (2006.07)



새치기


운전하다보면 끼어들기 하는 차를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급한 성격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 날 택시 하나가 끼어 들길래 차를 앞차에 바짝 붙이고 창문을 열어 일전불사할 태세를 갖췄다. 택시기사 역시 창문을 내리기에 이제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려나보다 했더니 뜻밖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거 좀 먹고 살자는데 그렇게 빡빡하게 구는 건 뭔가? 좀 봐주면 안 되겠나?” 그 말에 아무런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냥 보냈다. 그러면서 새치기하는 것조차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설령 그것이 잘못인줄 알고 저질렀더라도 그 이유를 한 번쯤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6.12)



희생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 희생은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 결코 누가 요구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남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폭력일 수밖에 없다. (2010.06)



믿음


누구를 믿는다는 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 해도 그것까지 감당하는 것을 뜻한다. 설령 그것이 고의라 할지라도. 그러니 누구를 믿는다는 말은 그리 쉽게 하는 게 아니다. (2014.05)



남을 돕는 일


남을 돕는다는 건 기쁜 일이다. 도울 수 있는 능력이 되어 기쁘고, 도울 마음이 있다는 것이 기쁘며, 도움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또한 그렇지 않은가. (2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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