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만 해도 해외여행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아 해외출장 한 번 나가게 되면 선물 챙기는 일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내 선물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아내는 장신구에 별 관심이 없다. 결혼반지도 신혼 초 잠깐 끼고는 불편하다며 곧 넣어 두었다. 그러다 보니 마땅히 선물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오래 전에 오슬로에 출장 갔다가 베르겐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있었던 이듬해인가 그랬는데, 브뤼겐을 둘러보다가 은 세공품을 파는 가게에서 동계올림픽으로 눈에 익었던 바이킹 문양의 목걸이를 보게 되었다. 장신구에 관심 없는 아내도 반할만큼 독특해서 가격이 만만치않았지만 작품 일련번호와 세공사 서명이든 보증서까지 받아들고 신이 나서 돌아왔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아내도 좋아했고 그 후로 함께 외출할 때 몇 번 걸고나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고 결혼반지와 함께 꼭꼭 숨었다. 언젠가 생각이 나서 물어보니 며느리 줬단다. 며느리 맞을 때 자기 결혼반지도 모양을 바꿔서 패물에 함께 넣었다더니 기껏 큰맘 먹고 선물한 목걸이까지 줬다는 게 아닌가. 애지중지하는 며느리 줬다니 뭐라 할 말도 없고.
오늘 굳이 그 가게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는 했는데 값이 무려 수백 만 원으로 뛰었다. 하긴 그게 언제 적 일이냐.
내 딴에는 꽤나 의미 있는 선물이었는데 며느리한테 간지 이미 오래되었고, 그것도 무슨 내력인지 며느리도 장신구와는 담을 쌓아서 아직 한 번도 그 목걸이 건 것을 보지 못했다. 혜인이는 엄마와 달라서 목걸이며 팔찌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 혜인이가 한 것을 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