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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9.20 (화)

by 박인식

북유럽이 물가 비싼 건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국민소득에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국이기도 하고 유럽 사람들이 가장 자주 찾는 휴양지가 되어 놓으니 물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삼십 년 전쯤에 스톡홀름에 출장 갔다가 우리 음식이 그리워 셋이서 한식당에서 김치찌개 먹고 십만 원 넘게 냈던 기억에 아직도 속이 쓰리다. 그때 내 월급이 백만 원이 안 되었을 것이다.


새벽같이 떠나는 항공편이어서 오슬로에 도착하고 나서야 식사할 틈이 생겼다. 라면집이 보여서 들어갔는데, 사천 원 주고도 안 먹겠다고 할 만큼 맛없는 라면을 사만 원을 주고 먹었다. 크리스티안산에서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만 원. 휴가철 지나 물가가 한풀 꺾였을 텐데. 이러다간 베르겐 문턱도 넘기 전에 거덜 나겠다.


아시아식품점에 한국식품이 별별 게 다 들어와 있다. 갖은 만두 종류에 라면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고추장에 쌈장, 김치는 기성 제품이 아니라 이곳에서 담가서 판다. 나도 매워서 못 먹는 불닭볶음면이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여기 와서 알았다. 불닭볶음만두도 있더라. 이곳에 사는 한인이 채 열 손가락도 못 채우는 모양인데 누가 그걸 다 사가는지 모르겠다.


오페라 공연은 오로지 출연자에게 달린 것이라 자칫 문제라도 생기면 언제든 대타를 투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다. 하지만 이곳은 오페라 전용극장이 아니다 보니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출연자가 잘못되면 그것으로 공연을 망치게 된다. 그래서 코로나 감염에 지나칠 만큼 예민하다. 당연한 일이어서 혜인 아범 넓은 숙소를 놔두고 인근 호텔에서 묵고 있다.


체크인을 하고 물을 찾으니 그냥 수돗물을 마시란다. 예전에도 그러더니 아직도 수돗물 관리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다. 놀라 넘어갈 만큼 비싼 물가에 수돗물 마시는 것까지 예전과 같다. 스칸디나비아에 오긴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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