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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9.19 (월)

by 박인식

아마 96년도였을 것이다. 오슬로에 보름 출장 간 일이 있었는데, 함께 일하던 노르웨이 직원이 강권하다시피 해서 주말에 베르겐을 다녀왔다. 다녀오지 않았으면 북국의 진경을 놓칠 뻔 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피오르드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때 한자동맹의 근거지였던 부두를 걸으며 아내와 다시 찾으리라 마음먹었다.


은혼식 여행 때 베르겐에서 출발해 유럽을 관통해 로마까지 내려올 생각을 하기도 했다. 놀러가서 행군할 일이 뭐 있겠나 싶어 오스트리아로 계획을 바꾸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아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앞뒷집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마음먹은 것으로 끝나겠구나 싶었다.


혜인 아범이 크리스티안산 공연이 잡혔다고 할 때만 해도 베르겐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범이 공연 때문에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때에 맞춰 아이들에게 가기로 했는데, 혜인 엄마도 굳이 다녀오라고 해서 등 떠밀리는 척 하고 길을 나섰다. 그 참에 사흘 계획으로 베르겐을 다녀오려 한다. 그곳에서 베르겐이 국내선으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사흘도 옹근 사흘을 보내게 되었다.


지난번에 건너뛰었던 피오르드도 보고 비가 와서 보지 못했던 플레옌 산에서 내려오며 마주치는 북해의 일몰도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 설마하니 사흘 중에 하루는 일몰을 보지 않겠나.


KakaoTalk_20220919_205759585_19.jpg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 킬덴 오페라극장,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바니', 2022.09.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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