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메디나에서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몇 년 컨설팅을 한 일이 있다. 하루는 실제 작업방식과 각 단계별로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쓰레기차를 따라다녔다. 저녁 일곱 시에 쓰레기 수거를 시작해 쓰레기 처리장에 쏟아 붓기를 두 번 하고 나면 새벽 다섯 시쯤 되었다. 열 시간 가까운 심야작업을 하고 월 120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숙소를 제공한다고는 하는데 그들이 지내는 캠프는 가까이 가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우리나라 청소부도 일은 다르지 않겠지만 대우는 그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월 3천 달러는 넘는다. 하지만 작업은 여전히 심야에 이루어진다. 쓰레기 수거가 심야에 이루어지는 것은 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쓰레기 처리 컨설팅을 할 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와 시설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 가로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심야시간이다 보니 안전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심야작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이와 같은 사고 가능성이 높은데도 교통과 미관 때문에 심야작업을 고수한다는 건 참 균형이 맞지 않는 일이다.
독일에 올 때마다 낮에 쓰레기 수거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혜인이네 동네는 길이 왕복 2차로라서 쓰레기차가 작업하느라 멈춰서면 뒤차가 모두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거기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누군가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쓰레기 치우는 사람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거 뿐 아니라 심야에 이루어지는 작업 중 상당수가 다수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다수의 편의를 위해 소수가 위험한 환경을 무릅써야 하는 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곳 대중교통은 ‘장애인 우선’ 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빠른 속도록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야작업에 대한 인식도 그렇게 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