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기차 통학을 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니 동생들이 학교 가는 걸 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오전 강의가 없어 느지막이 집을 나서는데 마침 여동생이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서고 아버지가 여동생 가방을 들고 나가셨다. 여동생 학교가 아버지 직장 근처여서 아침마다 택시를 타고 등교하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가방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자기는 교복 매무새를 고치며 나가는 모습을 보니 영 못마땅했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으니 아버지랑 같이 택시 타고 가면서 용돈도 엄청 받아낸다고 했다. 덕분에 여동생이 내게 구박깨나 받았다.
자식을 5남1녀를 두셨는데 아들 둘 낳도록 무덤덤하셨던 아버지가 딸 낳았다는 소식에 조퇴하고 아이 목욕 시킬 양은다라를 사오셨다. 그 뒤로 아들 셋을 더 얻으셨지만 그런 모습을 본 일이 없다.
평생 아버지 우시는 걸 두 번 봤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여동생 시집보낸 날 저녁. 그 여동생이 곧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했을 텐데 손녀를 얻으면 얼마나 기뻐할지 눈에 선하다.
버스 타고 학교 가는 게 꿈이라는 혜인이 소원대로 집에서 조금 먼 중학교를 보냈다. 안쓰러운 마음에 학교 갈 때 버스정거장까지 가방을 들어다 줬다. 그렇게 며칠 버스 타고 다니는 걸 재미있어 하더니 늘어난 수업 시간도 그렇고 통학하는 것도 생각보다 고단했던지 날더러 좀 데려다주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나야 반색을 할 일이지만 제 부모 눈치가 보여서. 일단 아빠가 오기 전까지만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아침이 되니 그냥 버스 타고 가겠단다. 그래서 버스 정거장까지 가방만 들어다 주고 받아오는 걸로.
혜인이 결혼하면 제 아빠가 아니라 내가 울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