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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9.13 (화)

by 박인식

독일 초등학생들은 가방이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안쓰럽다 못해 걱정이 될 정도다. 가방이 무거우니 가방을 메면 몸이 앞으로 수그러진다. 마치 지게꾼이 짐을 잔뜩 얹은 형국이다. 그런데 상급학교로 가면 가방이 오히려 줄어든다. 저학년일수록 학교에 두고 다니는 게 많아서란다. 언젠가 겨울날 혜인이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갈 생각을 않고 옹기종기 모여 서있었다. 수업 시작 오 분 전에야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면 예외 없이 교실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단다. 눈비 내리는 날은 빼고. 그래서 학생들이 눈비 내리기를 기다린다.


혜인이 입학한 짐나지움은 5학년부터 13학년까지 9년을 다닌다. 이제 갓 입학한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이 맨 위층이라고 했다. 오래된 학교여서 그런지 층고가 꽤 높아 쉬는 시간마다 4층에서 운동장까지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일이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어제는 저녁에 코피를 다 흘렸다. 저학년 학생들이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이 안쓰럽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가방이 가벼워지는 것도 저학년 교실을 꼭대기 층에 두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긴 우리 때는 중학교 입학시험 준비하느라 6학년 때 과외 가서 자기도 했다만. 자정까지 공부하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두 시간 공부하고 집에 가던지, 새벽 두 시까지 공부하고 여섯 시에 일어나 집에 가던지 했다. 그런 상황은 우리 졸업한 다음 해까지 계속되었고,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이 중학교 입학하던 1969학년도부터 추첨제로 바뀌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손녀가 그 나이가 된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지금 저렇게 무거운 가방 메고 다니는 것도, 쉬는 시간마다 여느 건물 같으면 칠팔층 되는 높이를 쉬는 시간마다 오르내려야 하는 것도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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