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잉여일기

2022.09.23 (금)

by 박인식

베르겐을 대표하는 예술가라면 ‘절규’의 화가 뭉크, ‘인형의 집’의 작가 입센, ‘페르귄트 모음곡’의 작곡가 그리그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뭉크는 그림이 베르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을 뿐이고, 입센은 베르겐 국립극장 소속 극작가였던 반면에, 그리그는 베르겐에서 태어나고 작곡하고 묻혔으니 그중 진짜배기 베르겐 예술가라고 하겠다. 꼭 그래서는 아니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리그 박물관만 가게 되었다.


베르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빼놓지 않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그리그 박물관이다. 말년에 이십 년 넘게 작곡에 몰두했던 곳이고 사후에 바로 그곳에 묻혔다. 특히 작곡할 때 주로 이용했다는 오두막은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져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베르겐에서 공항을 연결하는 전철을 타고 이십 여 분, 내려서 또 그만큼 걸었다. 다섯 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시간이 되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박물관을 돌아볼 시간만큼 남지 않으면 관람객을 받지 않는단다. 다행히 주변을 돌아보는 건 상관없다고 했고, 그리그 생가의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를 누리기에는 그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산책 나온 주민 한 분이 ‘작곡가의 오두막’을 안내해줘서 베르겐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다.


오두막이 하도 예뻐서 혜인 엄마한테 사진을 보내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리그가 작곡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을 거라며 부러워한다. 작곡하는 사람이어서 작곡가의 마음이 헤아려지는 모양이다.


돌아가는 항공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그리그가 앉아 사색에 잠겼을 바로 그곳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아침에 그쳤고 낮이 되면서 베르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화창한 날씨가 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가을 햇빛, 거기에 선선한 바람까지. 신선이 별 거더냐.


그러고 보니 베르겐에 묵었던 숙소 앞에 있던 콘서트홀 이름이 그리그홀(Grieghallen)이었다. 그 앞에도 그리그 선생 입상이 있어서 한 컷.


11.jpg
12.jpg
1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2.09.22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