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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Review

헤일로 이펙트

생존편향의 오류

by 박인식

저자 필 로젠츠바이크

번역 이주형

스마트 비즈니스

2007년 11월


생존편향의 오류


2차 대전 당시 독일 본토 폭격을 마치고 돌아온 폭격기를 조사한 결과 날개와 중앙 동체와 꼬리날개 부분의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보강하기로 했는데, 정비사가 여기가 아닌 엔진과 조종석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날개와 동체와 꼬리 날개는 피격되어도 돌아올 수 있지만 엔진과 조종석이 피격되는 치명타를 입은 폭격기는 귀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고 실패한 것은 고려하지 않아 생존가능성을 잘못 판단한다”는 이 오류를 통계학에서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경영전략에 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었다. 그 중에 특히 짐 콜린스가 1996년에 출간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d to Last)>과 2002년에 출간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가 인상 깊었다. 거기서 제시한 기업의 성공요인이 매우 설득력 있게 여겨져서 가능한 많이 시도해보려고 했다. 실제로는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는데, 그것은 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성공요인을 경영에 제대로 접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에 거론된 기업들이 성공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연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요인이 있어 성공한 것이라면, 그 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공이 이어지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성공요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라지도록 방치하는 회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경제방송에서 여름휴가 때 읽을 책을 소개한 일이 있었다. 기업의 성공요인이라고 알고 있는 것 대부분이 진정한 성공요인이 아니고 그 기업의 ‘성공이라는 후광’ 때문에 마치 성공요인인 것처럼 여겨졌다는 내용을 다룬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 이름도 <헤일로 이펙트(Halo Effect, 후광효과)>였다. 추천 도서는 대개 신간인데 이 책은 무려 13년 전에 발간되었다는 것도 의아했고,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책이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짐 콜린스가 주장한 성공요인이 우리 회사에서 구현되지 않은 데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더구나 신뢰하는 분이 추천한 것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들었다.


후광효과란 무엇인가?


고객센터에 대한 만족도조사에서 문제를 즉시 해결한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에 비해 직원들의 전문지식 수준을 좀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지식을 지닌 직원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를 즉시 해결한 고객 중에 통화응답이 ‘즉시’ 혹은 ‘아주 빨랐다’고 기억한 고객은 58%인데 반해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대답한 고객은 4%에 불과했다. 반대로 문제를 즉시 해결하지 못한 고객 중에 ‘즉시’ 혹은 ‘아주 빨랐다’고 기억한 고객은 36%에 불과한 반면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대답한 고객은 18%나 되었다. 실제로 회사는 자동응답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응답시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일리노이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 매출 및 주당이익을 추산하게 했다. 실제로는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추산했지만,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제대로 추산하지 못했다고 질책했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정확하게 추산했다고 칭찬했다. 그런 다음 학생들 스스로 문제해결과정을 평가하도록 했다. 칭찬받은 그룹은 “구성원들이 아주 협력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했으며 동기부여가 잘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질책 받은 그룹은 “응집력이 부족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았으며 동기부여가 낮았다”고 평가했다.


IBM은 1983년과 1984년 연이어 <포춘>에서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었다. 당시 CEO였던 존 오펠은 ‘근면하고, 협력적이고, 긍정적이고, 창조하기 좋아하고, 기업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직원들’ 때문에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바로 그 시절 IBM은 주력사업인 대형컴퓨터시스템 및 소형컴퓨터의 범용화 추세를 파악하지 못했고 1992년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오펠 후임으로 CEO에 취임한 존 에이커스는 IBM의 빈약한 실적이 ‘보수적인 문화, 엄격한 관료주의, 안일한 임원들’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후광효과를 걷어내고 보니


저자는 1988년 발간된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 Lessons from America’s Best-Run Companies)>에서 언급된 초우량기업이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초우량기업이 아니었거나, 성공하는데 이 책에 언급된 요인 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있었거나, 성공의 원동력이 아예 다른 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것은 톰 피터스가 실적을 바탕으로 초우량기업을 선정한 후 경영자들과 대화를 통해 성공요인을 찾으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분석의 근거가 처음부터 후광효과로 변질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1996년 발간된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언급된 성공기업은 향후에도 탁월한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지난 60년 넘는 동안 기업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의 15배가 넘었던 17개 성공기업 가운데 오직 8개 기업만 본 연구가 끝난 이후 5년 동안에도 시장수익률을 상회했고, 나머지 기업은 시장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간을 5년 더 연장하니 6개 기업만 시장수익률 정도를 올렸고 나머지 기업은 이에도 미달했으며, 수익성은 5개 기업만 향상되고 11개 기업은 하락하고 1개 기업은 정체되었다”고 말한다.


왜 후광효과를 걷어내지 못했나?


1957년 S&P500에 속한 기업 중 40년이 지난 1997년에도 지위를 유지한 기업은 74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밀려나거나 합병되거나 파산했다. 살아남은 기업 가운데에서 S&P500 수익률을 초과 달성한 기업은 12개뿐이었다. 나머지 62개 기업은 살아남기는 했지만 번성하지는 못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1971-1980년 동안 미국 692개 기업의 투자수익률을 조사해 평균 투자수익률이 39%인 상위그룹과 3%인 하위그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상위그룹은 21%로 하락했고 하위그룹은 18%로 증가했다. 애초 36%의 격차가 고작 3%로 줄어들었으니 격차의 90%가 사라진 것이다.


이 사례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장수기업이라고 해서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초과달성하는 성공기업도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성공기업이 없으니 지속적인 성공요인이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런 요인이 있다고 믿는 것은 바로 후광효과 때문이다.


사실 실적을 바탕으로 선정한 성공기업을 경영진의 인터뷰와 언론 기사를 바탕으로 분석해서는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요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위대한 기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 대다수는 분명한 성공요인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독자들 역시 명확한 스토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아주 중요하다거나, 인력관리가 기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거나, 강력한 고객지향정책이 실적을 대폭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이런 열망 때문에 분석과정에서 성공기업과 동일한 경영방식을 유지한 회사 중에도 이미 도산한 회사가 있다거나, 그래서 그 경영방식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놓치거나 외면할 수 있다. 그리고 복잡한 설명이나 논리적 타당성의 한계 같은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독자 성향도 이런 결함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후광효과를 걷어내지 못하게 만든다. 사회심리학자 엘리엇 애론스(Eliot Aronson)가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말했다는데, 이런 것을 보면 정말 그렇다.


지속성장을 만들어 내는 성공요인이 존재하나?


이런 면에서 후광효과는 앞서 언급한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고 실패한 것은 고려하지 않아 생존가능성을 잘못 판단한다”는 ‘생존편향의 오류’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폭격기가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귀환하기 위해서는 치명적인 피격에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할 부분이 어딘지 찾아내야 하는 것처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후광효과를 배제하기도 쉽지 않고, 인과관계의 오류를 피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성공요인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해서 특정 요인이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격변하는 환경이나 경쟁강도, 업계규모와 같은 기업 내부 및 외부의 여러 요인을 모두 통제할 수도 없다. 기업 혼자 잘한다고 해서 성공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말이니, 결국 성공요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어려움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고객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용할 것인지, 그들이 얼마를 지불하려 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시장조사 결과가 유용할 때도 있고 실험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신제품이나 새로운 사업모델을 실험하는 건 대체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시장조사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둘째, 고객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더라도 여전히 경쟁자와 경합을 벌여야 한다. 그러니 사업성과는 경쟁자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쟁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여러 게임이론이 있지만, 상대가 다수일수록 게임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용이할수록,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지속적인 성장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1980년대의 자동차와 비교하면 현재의 GM자동차는 품질, 승차감, 안전성 등 여러 가지가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 일본과 한국 자동차기업이 계속 시장점유율을 높여왔기 때문에 GM의 시장점유율은 35%(1990)에서 29%(1999), 25%(2005)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셋째, 빠르게 발전한 기술이 순항하고 있는 성공기업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성공기업이 경영을 잘못해서 무너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성공기업이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고 성공 가능성이 큰 신제품에 투자하는 동안 신기술은 끊임없이 개발된다. 이 신기술은 처음에는 고객이나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지도 못하고 대량 판매 가능성도 없어 보이니 주목을 끌지도 못하고 쉽게 무시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결국에는 기존 기술을 대체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성공기업을 무너뜨린다. 그런데도 이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하는 것은 신기술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무시해도 괜찮은 것’인지 ‘업계를 변혁시키며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할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이 기업실적을 만들어 내는가?


우리는 단순한 성공방식을 희망하지만 경영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그런 불확실성을 뚫고 얻은 성공도 세월과 더불어 서서히 빛을 잃는다. 한 순간 성공한 것이 또 다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공은 새로운 도전자를 불러들이고, 도전자 중 일부는 성공기업보다 훨씬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훌륭한 기업실적을 만들어내는 마법과 같은 성공공식은 없다. 항상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속적으로 성공을 달성하는 기업은 거의 없으며, 그러한 기업들도 의식적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추구했다기보다는 여러 번의 단기적 성공이 누적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훌륭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높은 실적을 내는 것도 아니고, 실적이 높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반드시 옳았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실적만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운이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성공이 단지 운 때문일 수만도 없고 높은 성과가 우연의 산물일 수만도 없는 일이지만, 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그것이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맺으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성공공식이나 성공요인으로 여기는 것은 후광효과에 의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할 행동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은 후광효과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책의 말미에 인용한 로버트 루빈*의 자서전에서 그 일단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업과 정부에서 일하며 내가 견지했던 근본적인 가치관은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의 산물은 ‘확률적 의사결정’이다.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평가해 여러 가지 가능성과 그에 수반한 이해득실을 판단함으로써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에서 보낸 나의 삶은 ‘확률적 의사결정’의 연속이었다. 성공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확률과 자신의 역량 그리고 경쟁사들의 동기와 능력을 세심하게 조사해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선의 결정이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계산된 위험을 택하지 않아서는 경쟁시장에서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마법 같은 성공공식이나 뚜렷한 성공요인이 없다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로버트 루빈이 말한 ‘확률적 의사결정’이 최선일 것이고, 여기에 저자가 말한 대로 ‘때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운’이 더해져야 기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논의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선현의 가르침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로버트 루빈;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26년 동안 근무하고, 이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으로, 재무부 장관으로 8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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