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쓰다 보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확하게 베껴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프린트된 걸 보고 바로 아래에 베껴 쓰는데도 한 장을 쓰기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는 경우가 열 번에 한 번도 되지 않는다. 오늘 모처럼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니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고, 그래서 그 말씀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 정말 그런 줄 알고 살았던 적도 있다. 그러다가 성경이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런 믿음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기는커녕 공동번역 성경은 권수조차 달랐다.
한동안 성경 형성사에 관심을 가졌다. 몇 년 이런저런 책도 읽고 성경 형성사에 능통한 몇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경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갖게 되었다. 성경은 단일 저자가 쓴 것이라기보다는 공동체가 쓴 것이고, 그것도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내려오면서 가감이 일어나고 윤색된 데다가, 그렇게 전해 내려온 수많은 성경 중 일부가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선택된 것이라는. 말하자면 ‘편집의 산물’인 것이지. 더구나 성경은 기록되고 전승되던 당시의 지식과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니 지금 우리 시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고.
그래서 나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말씀 그 자체가 아니라 말씀의 행간에 들어있는 하나님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읽으려고 애쓴다.
삼십 년쯤 전에 삼 년에 걸쳐 성경을 온전히 쓴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한 장을 온전히 틀리지 않게 쓴 경우가 드물었다. 처음에는 매번 수정액으로 지워가며 썼지만, 나중에는 그저 틀린 부분에 줄을 긋거나 틀린 채로 놔두고 넘어갔다. 아마 그러면서 사본으로 전해 내려온 성경이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모처럼 틀리지 않고 베껴 쓰고 나니 별생각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