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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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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13. 2024

2024.07.13 (토)

중학교 다닐 때쯤 일본 국민주택 설계도집을 갖게 된 일이 있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설계도가 수십 종 실린 책이었는데, 하도 많이 봐서 내용을 외울 정도였다. 그 무렵 연희교차로 근처에 연희동성당이 새로 들어섰다. 모양이 독특해서 눈여겨보았던 그 성당이 얼마 후 건축 잡지에 실린 걸 보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중학생이었으니 뭘 알고 읽은 건 아니고 그저 그림에 홀린 것이었을 게다. 일본책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림에는 소질도 없고 볼줄 도 모르지만 건축 설계하는 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에 꽤 관심이 있었다. 조금 노력하면 그 정도까지는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한동안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건축과를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한 일도 있다. 잠깐.     


오래전에 내가 그리고 싶어 했던 그림을 종종 올리는 이가 있다. 그가 몇 달 동안 스케치북에 그렸던 그림을 전시한다고 했다. 그의 그림을 오랫동안 눈여겨봤고 그중 몇 점은 어딘가 다운로드 해놓기도 한 터라 반가운 마음에 전시회장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스케치북이 작아 살짝 당황했다. 눈으로만 보라고 경고는 무시하고 하나씩 넘기며 살펴봤다. (아니 스케치북에 실린 수십 점이나 되는 그림을 어떻게 손대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는 건지) 몇 점은 눈에 익어 반가웠고, 뜬금없이 계측기 설치계획이 실린 걸 보고는 심사가 조금 뒤틀리기도 했다. 내가 그걸로 밥 벌어먹은 게 몇 년인데 그것까지 손대다니. 그래도 난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니 넘어가고...     


축하의 덕담이라도 건넬까 했는데 손님들과 이야기 중이라 잠시 한눈팔았더니 그사이에 주인공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으나 이 글 마치도록...     


아무튼 나는 다녀왔고, 축하는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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