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해도 내 또래 사람들보다는 활기차게 지내는 편이다. 늘 뭔가 할 일이 있었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했다.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았으니 할 일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거든. 나는 그렇게 지내게 만든 동력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현장에 내려오면서 동해 바닷가의 삶을 만끽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두 달이 되어가도록 느긋하게 바닷가를 걸어본 건 아내가 내려와 있던 이틀이 전부였다. 눈만 들면 금 하나로 하늘과 바다가 나뉘는 동해가 창문으로 가득한데도 그 모습 한번 느긋하게 감상하지 못했다. 매일 읽어야 할 책 써야 할 글에 묶여 마음이 바빴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읽은 책 제대로 쓴 글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누울 땐 늘 후회뿐이다. 오늘도 다르지 않고.
문득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뭔가 꼼지락대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건 호기심이 아니라 강박관념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뭔가 읽고 쓰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강박관념 말이다. 어쩌면 강박관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 죄의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산업화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의 특징은 아닐까?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시간쯤 창밖만 내다보리라. 안 되면 오늘보다 오 분쯤 늘리고, 그렇게 며칠 하다 보면 한 시간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보나 마나 창문 열고, 심호흡 한번 하고,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뭔가로 눈을 돌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