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4.11.18 (월)

by 박인식

교회 친구들과 중창단을 만들어 열심히 노래했던 때가 있었다. 노래를 시작하면서 모두 아이들 결혼식 축가를 부를 때까지 하자고 입을 모았다. 바라던 대로 친구 아들 결혼할 때 축가를 불렀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신부가 시아버지 친구들이 모여 연습하는 걸 보고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는 그게 멋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을 떠나는 통에 중창을 그만두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련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그때 그 친구들은 아직도 노래를 계속하고 있다. 그 친구들 말고도 주변에 나이 들어 중창도 하고 그것으로 봉사도 하는 친구들이 꽤 많다. 어떤 친구들은 자식이 아니라 손주들 결혼 축가도 부르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지금 기세로는 못 할 것도 없어 보인다.


아내는 벌써부터 나이 들었으면 뒤로 물러서라고 성화를 해댔지만 그동안 못 들은 척했는데, 이제는 내 눈에도 그게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생각도 접었다. 피드에 내 또래 누군가가 합창 무대를 준비하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걸 보는데 생각 접기를 잘했구나 싶었다. 볼썽사납더라는 말이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일 수도 있겠다.

시비는 사절.

반박하신다면 “당신 말이 전적으로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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