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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an 20. 2021

다만 악에서 나를,






잠을 잘 못 자지 못하고 위가 짜는 듯 아프고 잦은 악몽을 꾸는 일상을 지내고 있다. 그러다 가끔은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에 빠진다. 죽은 듯 자다가 눈을 뜨면 새벽 두 시. 두통과 함께 또 한참을 잠들지 못하다가 동틀 녘 겨우 잠들면 기어코 악몽이 찾아온다.


더는 보고싶지 않은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함께 행복하다. 한없이 비참해지다가 눈을 뜨면 아침이다. 축축한 눈두덩이와 눅눅한 마음을 부여잡고 니부어의 기도문을 읊는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푸념도 내뱉는다. 둘 다 없는 내게 주실 게 정말 악몽밖에는 없는 거냐고.


어떤 응원에도 설레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진심을 잘 믿지 않기 때문이다. 진심이란 게 얼마나 얕고도 휘발성이 강한 물건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온종일 타의로 혼자인 날에도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날에도 초라한 걸음은 그대로다.


걸어온 곧은 길이 뒤돌아보면 굽은 길로 보이듯, 흑백의 세상이 사실은 갖가지 색으로 물든 세상이었음을 언젠가는 알게  것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시기를,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었다던 사랑이 내게도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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