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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Dec 09. 2023

17 일론 머스크의 작은 퍼즐일 뿐(1)

 사실 그 정도로 비싸지는 않은데도 고급차 이미지를 견고히 한 벤츠의 이야기를 앞에서 했었다. 벤츠가 오랫동안 고급의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던 건 당연하지만 오랫동안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단지 몇 년 바짝 마케팅에 힘쓴다고 해서 고급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그건 요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의 소프트파워적 성과는 자칫 잘못하면 요행처럼 비칠 수 있다. 

 고객 모두가 입을 모아 비판하는 승차감이나 '그 정도는 이해하고 타세요'라는 말까지 나오는 고질적인 단차 문제 등, 신생자동차 회사의 부족한 경험과 데이터를 감안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지배자라는 사실이 요행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테슬라 또한 벤츠만큼이나 줄 서서 사는 브랜드가 됐다. 테슬라가 차지한 자리는 자동차라는 마켓에 한정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했다. 고객들은 테슬라를 구매하는 자체만으로 '퍼스트 무버'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숨에 바뀐 시장, 혹은 생긴 시장


 테슬라는 시장에서 급부상한 뒤로 단 한 번도 "우리의 제품은 고급스럽습니다."라고 강조한 적이 없다. 자동차적 기능은 스펙페이지에 나열했다. 대신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고 확장한 퍼스트 무버는 세상에 없는 수준의 IT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테슬라가 초창기에 시장을 선점하면서 쌓은 이미지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매우 단단해졌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기차를 출시하고 자율주행을 탑재했다. 자동차 자체의 완성도나 주행능력, 판매망을 감안했을 때 이미 테슬라의 실력을 넘어섰다고 판단할만한 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설명이 필요하다. "이번에 OO에서 전기차를 출시했는데, 역시 OO가 차를 잘 만들긴 하나 봐."라는 말 뒤에 "테슬라보다 OO가 더 낫대. OO는 확실히 테슬라보다 좋대." 등의 말이 이어진다. 테슬라는 그런 위치를 점거했다.


테슬라의 판매 모델들.(출처 :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테슬라의 승용차종은 단순하다. 모델S, 모델3, 모델X, 모델Y이다. S3XY라는 소프트파워까지 구축되었다. 이 브랜드는 앞서있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상세 스펙에 대한 설명은 이젠 필요하지 않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그래도 테슬라니깐'하고 방어한다. 




직책명: '테크노킹'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도 테슬라의 소프트파워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앞서 언급한 테슬라의 이미지와 일론 머스크의 행동들이 상충되었더라면, 그가 지금처럼 경제계 전면에 드러나는 건 오히려 소프트파워에 해를 끼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소 괴팍하고 괴짜 같아 보이는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테슬라의 고객들에게는 되려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할 것이다. 화성을 가고 싶어 하는 프론티어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모양새 말이다.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를 전개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일론 머스크의 행동들과 테슬라의 완제품이 궤를 같이한다는 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사실이다. 


 테슬라에서 일론 머스크의 직함은 '테크노킹(Technoking)'이다. Zip2에서 페이팔을 거쳐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뭘 지향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명칭이다. 그렇다고 해서 '테크노킹'이라니. 우리나라로 치면 '기술 대왕' 정도 되시겠다. 세상에, 어떤 회장님이 자기 직책을 '회장님' 혹은 '사장님'이 아니라 '기술짱'으로 불러달라고 할까. 



테슬라의 최근 실적.(출처 : 테슬라, 연합뉴스)

 이 '기술짱' 괴짜의 가장 큰 주머니가 바로 테슬라다. 2022년 테슬라의 매출액은 한화로 108조 원, 영업이익은 약 18조 원에 육박한다. 야심 차게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선 테슬라이지만, 정작 일론 머스크는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스페이스X에서는 자꾸 로켓이 발사된다. 스타링크 사업 등을 통해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자상태이다. 


스페이스X에서 발사되고 있는 한국의 군 정찰위성. 스페이스X는 단지 연구소가 아니라 사업체로서 영역을 다지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하고 싶은 건 단지 '전기자동차 회사의 회장'이 아닌 것이다. 전기자동차 사업을 통해 다른 무언가 더 큰 꿈을 이뤄내고 싶은 게 분명해 보인다. 가장 큰 주머니로 보이는 사업이, 정작 본인에게는 작은 퍼즐 하나의 역할일 뿐인 것이다.




 미래형으로 둥글둥글하게 생긴 테슬라는 이제 미 대륙을 넘어서 유럽과 아시아 곳곳을 누비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와는 뭔가 다른 이 자동차는 똑같이 네 개의 바퀴가 달려있음에도 차주들은 "우리는 좀 달라."라는 생각으로 핸들을 잡고 있다. 아니, 때론 핸들을 놓고 있다.


('18 일론 머스크의 작은 퍼즐일 뿐(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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