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기억
2학년때는 방송으로 호출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2학년 0반 서인석은 교무실의 000 선생님에게 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에 나는 영문도 모르고 교무실로 갔다.
그리고 교무실 입구에서 선생님들 사진과 자리가 붙어있는 액자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왜냐하면 나는 000 선생님이 누군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 선생님이 누군지 사진으로 찾아낸 후, 그 자리로 갔다.
"니가 인석이가?"
나는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니가 쓴기가? 아니면 어디서 베낀기가?"
모니터에는 의무적으로 전교생이 내야 했던, 어떤 나의 글짓기가 띄워져 있었다. 나는 '베낀 거'라는 말에 기분이 매우 나빴다. 칭찬에 과하게 기뻐하는 만큼 비난에 과하게 기분이 상하는 편이다.
"당연히 제가 썼죠."
라고 초면인 선생님께 다소 버릇없게 답했다. 나는 버릇없는 어조가 입에서 나온 것을 느낀 후 즉시 후회했다. 선생님에게 그런 말투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개의치 않았다.
선생님은 자신이 어느 학년의 국어를 맡고 있고, 지금 교지를 편찬하고 있고, 저 글짓기 대회가 교육청 주관이라는 얘기를 찬찬히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걸로 상을 줄 건데, 학교 밖, 그러니까 교육청으로 경쟁에 올릴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너가 쓴 게 확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베끼기가 더 어렵겠네요."
라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깔깔대며 "맞나?"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그 선생님은
"니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노?"라고 물었다.
나는 이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노라고 답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어떻게'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말하기가 어려웠다. 선생님은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하듯이 글에 대해 몇 가지를 더 물어봤다. 그리고는 가보라고 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선생님이 다시 잡았다.
"니 몇 학년이었지? 2학년인가?"
선생님은 명찰 색을 보더니 2학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대학은 정했나? 무슨 과 갈끼고?"
나는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베낀'이라는 말부터 기분이 나빴는지도 모른다. 나는 "정하고 있어요."정도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다시 내 담임이 누군지를 물었고, 나는 대답 후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