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기억
글을 업로드하는 플랫폼, 그러니까 바로 여기. 이곳에 나는 최대한 여러 번 정제된 과정을 거친 글을 업로드한다. 페이스북에 올린 초고 급의 글을 한번 갈무리해서 네이버블로그로 폰트와 문단 구성, 사진을 배치하여 올린다. 그리고 그중 일부 글을 주제와 색감을 재정비한 후, 브런치에 올린다. 이렇게 여러 번 올리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오타나 문장 구성, 배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도 항상 오타는 남는다. 브런치가 이 세 곳의 플랫폼 중, 가장 '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올라가는 곳이 브런치다.
둘째. 시리즈를 정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날 것의 글, 블로그는 좀 더 대중적인 관심에 맞춰진 글이지만, 브런치는 글들의 묶음을 더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서는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글부터 순서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묶음'이 달라도 순서대로 보게 된다. 그러나 브런치는 상대적으로 글이 어느 묶음에 속해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내 브런치를 기준으로는 에세이 시리즈인지, 경제/경영 시리즈인지, 인공지능 시리즈인지 같은 묶음 말이다.
셋째. 시차. 이 이유가 가장 크다. 여러 플랫폼을 거치면서 글은 시차가 생긴다. 페이스북에 1월에 올렸던 글은, 블로그에 며칠 혹은 몇 주 후에 업로드된다. 그러면 브런치에는 최소 한 달 후에 업로드된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쓸 때는 알 수 없는 열정에 휘감겨 썼지만, 막상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글들이 생긴다. 마치 철없던 시절의 일기를 보는 것처럼.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글은 업로드되지 않는다. 그렇게 네이버블로그로 가면서 몇 개의 글이 탈락하고, 블로그에서 다시 브런치로 오면서 몇 개의 글이 탈락한다. 그렇게 브런치에는 가급적 언제 읽어도 그다지 민망하지 않은 글이 남게 된다.
글의 재능은 없는데, 쓰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민망한 글들까지 날것의 맛을 오히려 좀 더 살려서 가져오면 더 읽힐 수 있을까 라는. 아직은 민망함을 마주하기가 겁나서, 그리 하고 있지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