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기억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TV 프로그램이다. 지금이야 프로그램의 모양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초창기 이 프로그램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아무나' 만나서 인터뷰하는 컨셉이었다.
이 컨셉은 촬영팀에게 큰 리스크를 안게 한다. 우리야 화면 안에 잡히는,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 그리고 대화 상대인 시민 한두 명까지 총 네 명의 사람만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출연진들의 맞은편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촬영팀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와 작가들, 조명이나 오디오를 담당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PD들까지. 이 규모의 팀이 움직이면서 혹시라도 분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개고생'이 되는 것 아닌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지금처럼 스튜디오 형태로 바뀌었고, 쭈욱 유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컨셉의 <유퀴즈>를 보면 흥미롭다. 그저 아무나 붙잡았을 뿐인데도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 눈에는 그저 게임 속 NPC 같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 몇 마디를 나눠보면 각자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의미 있는 주체로 변모한다.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저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끝내고 군대를 다녀오고 회사를 다니다가 잠깐 외국도 다녀온 그런 사람이 바로 이 <글의 기억> 글쓴이다. 이렇게 써놓으면 정말 무색무취의 '노잼' 사람인 것 같지만, 곰곰이 내 삶을 돌아보면 내 삶은 신기한 것들과 특별한 일들로 제법 가득 차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일상과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인간은 그저 하나의 종일뿐이고, 지구의 시간 속 인간 역사는 정말 짧디 짧지만, 인간은 의식을 가진 생명체다. 그 짧은 시간 속 각자가 살아가는 날들은 찰나라는 말로도 표현되지 않는 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식을 갖고 있고, 타인들과 교류할 수 있으며, 시시각각 감정을 느낀다.
그것을 표현하려 하는 것은 본능일지 모른다. 내가 느낀 의미는 타인과 나누며 단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더 큰 의미로 확장되거나 변형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된다.
우리 주변에 부유하는 무형의 이야기를,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타인에게 전달가능한 형태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가진 본능이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지식으로, 누군가는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전한다. 나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이 인간 본능 중 하나인 이야기의 전달을 글로 하고 싶을 뿐이다.
언어와 글은 활용자의 능력에 따라 제한된다. 비록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지만, 나는 그 이야기들 중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형태 있는 이야기로, 형태 있는 글로 만들어서, 타인에게 재미를 주고 싶어 해 왔다. 그리고 내 글 실력은 여전히 미약하고 제한된다. 내가 느낀 재미의 양을, 나의 글은 온전히 담아내는데 매번 실패한다.
그래도 나는 계속 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부귀영화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나는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언젠가는 내가 겪은 내 일상과 삶의 재미들이, 조금이라도 잘 전달되고 타인들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그저 쓴다.
그래서, 나는 그저 많이 쓸 뿐이다. 계속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