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살아가고 싶은 Z는 그저 웃었다
거울을 보니 맨 왼쪽 어금니가 검은색으로 변해버렸다.
어차피 이미 신경치료 끝난 상태라 큰 관심은 없었는데
그걸 보게 되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치과를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애처롭게 본다.
거의 가는 날마다 치아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음식을 먹을 때 조그맣게 썰어서 먹으라고 충치 치료해주는 의사 선생님이 말해준다. 잇몸도 역시 약하다고 한다. 그건 플러스 교정까지 해버려서 더욱 그렇다. 충치치료 하러 갈 때는 교정해주는 의사 선생님도 내가 앉은 자리 뒤에 서 있다. 가슴 위로 팔짱을 낀 채로 모니터에 보이는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본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검은색으로 변한 어금니는 신경치료를 했지만 또, 실패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뿌리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심각하게... 치아재식술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근데 나는 미루고 있다. 치아재식술은 잇몸에 박힌 염증이 생긴 어금니를 빼서 재빠르게 뿌리에 있는 염증을 제거하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으로 무언가를 메꾸는 것이다. 그런 후에 치아를 뽑아서 빈 공간이 생긴 그 잇몸에 다시 심는 것이다. 이거 역시 실패를 한다면 그냥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그냥 내 어금니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것 또한 실패한다면
어찌됐든 마지막은 결국 임플란트이기 때문에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려고 한다.
그 어금니는 뭔가 나와 같은 느낌이다. 애증의 관계?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것 대부분 왼쪽으로 음식을 씹기에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도 역시 그런 존재일 수 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밤이나 새벽마다 회의감이 몰아쳐 온 적이 있었다. 정말 아무 일이 아닌데. 그냥 울고 울었다. 몇 년간을 글만 쓰다 와서 그런가. 생각조차 못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그런가. 그냥 그렇게 힘들었었다. 지금은 적응이 돼서 아무렇진 않은데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거울을 보다가 침대로 가서 앉았다. 괜히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들어가 검색을 했다. 검은 어금니, 착색된 어금니. 검색해서 나온 것은 별 말 없었다. 충치니 병원으로 가라는 뻔한 말이었다. 아픈 치아는 아니라서 또 다시 그러려니 보다가 핸드폰을 뒤집어 침대에 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인지. 배가 고팠다.
집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내 방을 빼고는 온 방이 어두컴컴했다. 밖에는 건물을 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바닥에 웅크려 앉아서 침대 밑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계절 감각이 없는 옷들로 곧게 접혀 있는 듯했다. 반팔인지 긴 팔인지, 밖에는 추운지 더운지. 그냥 가장 눈에 잘 띄는 하얀 색 옷을 잡아 들어서 입었다. 정말 아무런 그림도 없는 무색이었다. 벽에 걸려 있는 바지 중에서도 손에 잡히는 것으로 갈아 입었다. 언제 샀는지 모르는 오래된 바지였다. 유행이 지난 듯 살짝 짙은 청바지였다.
반팔에 긴 바지. 옷을 잘 못 입었나 싶었다. 사람들은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날은 먹구름이 몰려와 흐렸다. 바람이 불어서 쌀쌀했다. 편의점에 가서 먹을거리를 대충 사가지고 집으로 가야겠다. 천이 모자른 티를 입은 탓에 양 팔을 서로 엇갈려서 마구 비볐다. 열이 조금씩 올라왔다. 벌써 가을이었다.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삼각김밥 코너로 갔다. 내가 자주 먹었던 참치마요는 없었다. 이번에도 손에 걸리는 김치볶음 삼각김밥으로 잡아 들었다. 참치마요 하나라도 남겨두지. 뭔가 섭섭했다. 이유는 없었다. 집에서 옷을 갈아 입고 신발 신을 때부터 생각한 거였는데 왜 없는 거지.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다 안 되는 느낌이었다. 뭐가 문제일까. 그냥 사소한 일이었다. 계산대로 가서 재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왼 손에는 삼각김밥 오른 손은 왼 팔을 비벼대면서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올랐다. 배가 고파서 산 삼각김밥인데 코끝이 시렸다. 왼 팔은 따뜻해져갔지만 오른 팔은 춥고, 괜찮다고 생각한 검은 어금니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냥 집에 있을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