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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Jan 29. 2018

100인의 큐레이션 : 내 인생의 책
배경여행가 이무늬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반디 앤 루니스 ‘100인의 큐레이션 : 내 인생의 책’ 코너에 제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책과 여행, 배경여행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얻었고, 그것을 말로 풀어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누구나 책과 영화, 드라마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인물이 거닐던 길과 해변, 즐겨마시던 커피. 가상의 인물이지만 왠지 그가 걸었던 길에 서면 그의 발자국이 보이는 듯하고, 그의 단골식당에 찾아가 같은 음식을 먹으면 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이야기의 배경에 직접 찾아가 주인공의 그림자를 따라 밟는 작가가 있다. 스스로를 '배경여행가'라고 소개하는 이무늬 작가다.

"하루키 신작 보고 출장 일정 짜셨나 봐요?"

일본 출장을 다녀온 그녀에게 직장 동료가 건넨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출장의 행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배경 도시가 우연히 일치한 이후 그녀는 픽션 안의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을 해왔다. 그녀의 시선에 담긴 어떤 배경들은 때로 소설이나 영화를 뛰어넘어, 그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배경이 된 이후의 풍경
그 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 책날개의 ‘배경여행가’라는 표현이 재밌어요. 개성있고 독창적인 타이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제목이 원래 ‘책·영화·드라마 속 그 곳, 그 맛, 그 말’이었는데, 너무 길고 직관적이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소개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을 관통하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붙이게 된 이름입니다. 또 ‘배경’이라는 단어와 제 이름의 이미지가 상반되는 듯한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늬’라고 하면 다채롭고 화려한, 조금 인공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반면 ‘배경’이라고 하면 그와 반대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 책, 영화,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에 찾아감으로써 그 서사 너머의 이야기를 발견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제가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고, 영화나 드라마 연기자가 아니니. 또 이야기가 생겨난 시점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엔 작품에서 묘사된 모습 그대로 배경이 남아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갔으면서 현실에서 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길 바랐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소설에 별장이 하나 등장해요. 주변에 특별히 관광지가 있지도 않고 접근성도 굉장히 안 좋아요. 어떤 사람이 넘쳐나는 돈을 달리 쓸 데가 없어 심심풀이 같은 마음으로 지은 건물인 거죠. 그렇지만 그 소설의 배경이 된 건물을 찾아가 보면, 그 안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엄청나게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민박집을 열어 돈을 벌어야 하고, 심지어 주변에 유명한 관광지가 하나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세운 숙박업소죠. 처음 배경여행을 할 땐 이런 현실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어요. 그냥 내가 본 이야기대로 고귀한 척을 하며 있어주길 바랐던 거예요. 그러나 배경여행이 거듭될수록 그게 얼마나 옹졸하고 터무니없는 여행자의 바람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또 이미 생활의 향기가 더해진 지금의 모습도,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임을 느꼈고요. 요즘엔 책, 영화, 드라마의 배경이 된 이후의,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에도 귀를 많이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듬뿍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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