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안과 질환으로 그리고 여름의 게으름병으로 글 발행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내가 살고 있는 베네치아는 지척에 드넓은 아드리아해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다. 언제든지 산으로 바다로 다니기 정말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지는데, 여름밤은 항상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여름이 헉소리나게 뜨겁고 힘들긴 하지만 기다려지는 이유는 넘쳐난다. 그런 여름이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니! 여름이 언제 끝나나 하다가도 막상 간다면 붙잡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관광지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계절이지만, 8월은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도시가 된다.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나면 주택가의 상점들도 휴가 간다는 종이 한 장 써붙이고 문을 닫고, 대중교통들도 축소 운행을 하고, 관공서도 대부분 업무 불가, 이 계절엔 아파도 안된다. 의사 선생님이 휴가를 가버리셔서 안과 검사도 응급실(Pronto socorso)에 가서 받을 수 있었다. 와 벌써 다섯번 째 겪는 여름이지만 정말 적응 안 되는 8월이다. 한국처럼 2박 3일 휴가가 아니라 그냥 한 달을 통으로 놀아버린다.
다들 휴가를 떠나지만 남편의 직업특성상 여름이 가장 바쁜 성수기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틈틈이 짬을 내어 가까운 도시들을 다녀오곤 하는데, 물론 푸른 아드리아해나 알프스를 가진 돌로미티도 좋지만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베로나(Verona)는 휴식과 미식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도시중 하나이다. 근처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에서 수영도 하고, 발폴리첼라(Valpolicella)에서 유명한 아마로네(Amarone) 와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저녁엔 베로나의 고대 오페라 극장인 아레나에서 오페라를 즐긴다면 최고의 여름 휴가가 된다.
유럽에 산다는건 백 번 힘들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질을 선사한다. 비단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여행중 만난 한국어를 구사하는 미국인 커플
전 세계 곳곳에서 여행으로 이탈리아를 찾는데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가끔은 여기가 이탈리아가 맞나 싶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이곳에서의 삶이 익숙해진거겠지?
아레나에서의 공연은 오후 9시에 시작이라 근처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맥주와 스프리츠 그리고 치게띠. 생각해보면 이탈리아에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보다도 오페라극장에 더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문화생활의 수준이 많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오페라를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자주 보러 다니다니 말이다. 예술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내가 문화, 예술이 삶의 질을 이렇게나 높일 수 있다는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9년 베로나 오페라 정보 및 티켓 구매는 이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굳이 인터넷에서 예매할 필요는 없고, 현장 예매를 해도 된다. 국제 학생증이 있다면 약간의 할인이 더해진다.
<베로나 야외 오페라 관람 팁>
-티켓 예매는 인터넷보다 현장 예매가 더 저렴하다.
-가장 저렴한 좌석의 경우 필수적으로 방석을 챙길 것
-새벽이 되어서야 공연이 끝나기 때문에 공연 예매 시 숙소도 함께 미리 예약할 것
-입장 시 짐 검사가 꼼꼼히 진행되기 때문에 입장 시 의심의 소지가 있는 것은 미리 제외하는 것이 좋다.
-국제학생증이 있다면 현장 예매 시 약간의 할인이 더해진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행을 잃을 수도 있으니 소매치기와 더불어 주의할 것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면 아레나 극장 근처로 할 것
-프리미엄 좌석 예매 시 예절에 어긋나지 않게 의상을 갖춰 입어야 한다. (과한 드레스업은 필요 없다)
나는 가장 저렴한 25유로 좌석을 현장에서 구매했는데 현장 구매의 가장 큰 혜택이라면 국제 학생증 또는 30세 미만, 65세 이상이라면 10% 할인을 적용해준다는 거다. 무려 베로나 오페라를 22.5유로에 관람이라니!! 베로나 아레나 극장 입장료만 해도 10유로인데 이 기간 베로나를 방문하신다면 무조건 오페라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나는 아이다(Aida)를 관람했고, 우천 시에는 취소되거나 공연이 중단될 수 있다. 매 회 공연마다 다르겠지만 공연이 끝나면 보통 새벽 1시 30분에서 2시 사이이기 때문에 베로나 오페라를 보실 예정이라면 베로나에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간단한 요기거리나 마실 것들을 구매할 수 있고, 화장실도 갈 수 있다.
공연이 이탈리아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내가 볼 공연의 내용을 숙지하고 가는것이 좋다. 나는 인터넷에서 세계 명작 만화로 보고 가서 보는 내내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돌바닥에 몇 시간 동안 앉아야 해서 엉덩이도 아프고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단련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나보다도 집중력 있게 조용히 끝까지 관람하였다. 정말 신기했다. 공연이나 작품 관람 매너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어있고 익숙하다니.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참 기특했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공연이 끝나면 새벽이 되지만 공연장 주변은 여전히 활기차다. 숙소로 걸어가는 동안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번 공연에 보통 2~3만 명이 입장하는데 그들이 각자의 숙소로 함께 걸어간다. 너무 외곽에 숙소를 잡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