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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자 사람 Oct 06. 2015

쏘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넓은 세상은 나를 위로해 줍니다



쏘피는 언니와 놀던 중

언니한테 장난감을 뺏기고

엄마한테 도움받기는 커녕 더 혼났다.



빛으로 레이저를 쏠 만큼 화가 난 쏘피는


발을 쿵쿵 구르고,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를 발산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은 집 밖으로 뛰쳐나간 쏘피.


산 길을 걸으며 울고, 나무도 바위도 보고, 새소리도 듣는다.

큰 나무에 올라가 바다와 파도도 보고,

산들바람도 느낀다.


자연으로 부터  위로받은 쏘피는 차분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따뜻한 저녁밥을 가족들과 같이 먹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같이보낸다.



살며서  쏘피처럼 화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쏘피처럼

 화가 난 우리를 위로해 줄 대자연이

문 앞에 펼쳐지진 않는다.

그래서 그토록 우리는 자연으로의 여행에 목말라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둘째를 낳아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에 걸렸을 때에 내가 나에게 내린 처방은

홀로 한라산 산행이었다.


제주도도 처음이 아니었고,  한라산 산행도 처음이 아니었지만 난 어느때보다도 설래고 설래였다.


나의 한걸음 한걸음을 온전히 느꼈고,

스치는 바람한점, 공기 한모금도

전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진짜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멀리 떨어져서 보니

내 아이의 사랑스러움도,

신랑의 고마움도  비로소 느껴졌다.

그리고 하찮게 보이고 힘들기만했던

지금 내가 앉은 엄마란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비좁은 저가항공에,

한라산 휴게소 화장실에 가서 유축을 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모르는 사람과 같이 방을 쓰고,  날씨도 그닥 좋지 않았지만


난 충분했다.

나의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하기엔.

  

모든 세상이 나를 위로 해주는 것을 느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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