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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자 사람 Jun 11. 2016

부부의 연을 생각하다


엄마는 아빠와 연애없이 중매로 몇번 만나고 결혼식하고 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같이하셨으니 16년을 같이하신거다


20대 초중반 아무것도 모르는 꽃띠에

강원도 최전방에서

아는 사람도 없고,

군인들만 바글거리는 낯선동네

편의시설도 병원도 없는

1년에 눈이 5,6개월동안 쌓여있는 허허벌판

그런 유배지같은 곳에서의 신혼


무뚝뚝하고 배려도없는,

알뜰살뜰 적금들어놓으면 그돈으로 오토바이바꾸고, 전축바꾸는 신랑과 자식셋을 낳고 그세월을 사신거다.

(그럴지언정, 아빤 자식은 뒷전이고 엄마만 바라보는 엄마바보였다)


그리고 돌아가시기전 전쟁같은 1년의 병수발.



엄마는 어버이날 뭐하고 싶냐고했더니

아빠산소를 가자고 했다


산소에 가니

지금은 내가 먹고살기 바빠서 그렇지만 퇴직하면 산소를 예쁘게꾸며줄테니 기다리라고 나지막히 속삭이신다.


그리고 나에게 난 죽으면 화장해서 여기에 뿌려달라고하신다.

아빠가 나고 자라신 동네,  그리고 뭍히신 이곳에 옆에 나란히 누우시겠다고.


부부의 연이 무엇이길래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이토록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난 이제 5년을 신랑과 같이 살았다

서로의 존재를 생각하기보단,

우리사이에 생긴 애를 생각하고 챙기기 바빴던 세월이었다


결혼전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고,

다른사람과 살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가끔한다.


하지만,  결혼 후 치열하게 힘들었던 시기를 같이 보냈다는 동지애는 어느정도 생긴것같다.

앞으로 몇년을 같이할지 모르지만, 그 세월이 쌓여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겠지.


이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할때마다

아빠를 향한 엄마의 저 애뜻한마음이 또 떠오를것같다.



인연을 만드는것은 우리가 만난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온 삶을 공유한 시간과 공간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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