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심상
나는 나의 어린시절(지금 우리아이 나이때)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큰 에피소드는 크면서 엄마에게 자주 들어 익숙해졌을 뿐.
하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핀 비포장도로나 온 세상이 새 하얗게 눈덮혀 눈부셨던 동네, 큰 밤나무 아래 펼쳐진 푸르른 들판 등 내가 살던 동네의 자연에 대한 이미지들은 선명한 사진처럼 머릿 속에 남아있다.
너무 선명해서 혹시 꿈이나 티비에서 본 것을 내가 착각하는게 아닌가 엄마에게 물어 확인해보기도 했었다. 엄마는 내 기억을 신기해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내가 아주 어릴때 살던 곳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장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 비슷한 자연 속에 놓여질 때 가슴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이를 키우며 단 한가지에 집중, 아니 집착했다. 아이의 기억에 남아 평생 충만한 행복감을 줄 자연에 대한 심상을 남기게 해주겠다는 욕심.
그래서 100일도 안된 아이를 겉싸개에 싸서 산에 대려가기 시작해서 거의 매일을 동네 산 속에 있는 놀이터, 개울가, 주말에는 바닷가, 갯벌 등을 주구장창 다녔다. 사는 곳이 도시라 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했고 체력이 딸려 힘들었지만, 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신념은 이래서 무섭다.
그렇게 두아이가 4,5살이 되었다. 별다른 건 없지만, 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놀 줄 아는 아이로 컸다. 나처럼 어른이 되어 어릴적 남은 자연에 대한 심상으로 행복감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그것이었기에 오늘도 난, 애들과 자연 속을 행복하게 헤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