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대접 받고 싶다
원래 나는 커피 믹스 밖에 마실 줄 모르던 사람이었다.
그것도 옆에서 마시면 그냥 있기 머슥하니 같이 뽑아서 한 두모금 마시고 버리기 일 수 였다.
같이 근무하던 옆자리 50대 쌤이 아침마다 수동 글라인더에 손 수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마실 때마다 향은 너무 좋았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커피를 마실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던 사람이다.
커피의 깊은 향과 맛은 물론이고, 그 커피 타임이 주는 의미를 몰랐던 것 같다.
휴직을 하고 연년생 아이를 키우면서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고, 식사시간은 식사시간이라기보단 음식을 입으로 밀어넣는 시간이었다(아이둘 먹이고 난 뒤에는 밥맛이 사라져서 안먹게되고, 안먹으면 체력이 달려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더라, 그래서 꼭 밀어넣어서라도 같이 먹도록 노력한다 ). 그 나마 숨쉴수있는 틈인 아이가 낮잠자는 시간은 살림 조금, 티비 조금, 책 조금 하다보면 어느새 끝나버렸다. 너무 허망했다.
이렇게 거울 한번 쳐다볼 시간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할 겨를이 없는 생활이 반복 되어 갈수록, 난 울증과 조증을 왔다갔다하고, 아이들에게 짜증냈다가 뒤돌아 반성하기를 반복했다.
이때 내가 찾은 살길은 바로!
내가 나를 대접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었다.
밥으로 대접하기엔 애들 삼시세끼 챙기는 것으로도 벅찼기에 그 방법은 패스!
옷이나 신발, 장신구 등 나를 꾸미는 것엔 별 취미도 없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서 패스!
커피가 딱 좋았다!
믹스커피 정도론 당연히 안되고,
맛은 물론이고 향까지 좋은 정말 제대로 된 커피로 나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 먹은 뒤로는 어쩌다 한번 마시던 커피값도 아까워하던 내가 커피 머신기를 사고, 커피 캡슐, 우유 등을 꼭 비치해놓고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그리고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 값은 아낌 없이 지출했다. 그리고 커피잔을 들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시작된 내 커피에 대한 집착은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이제 4,5살이 된 아이들은 좀 컸다고 약속한대로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시간엔 나를 가만이 내버려둔다. 비록 짧긴 하지만 조막만한 아이들에게 내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라도 존중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처음엔 커피와 커피마시는 시간이 내가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젠 아이들이 나를 대접해주는 시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연애 때 늘 추구하던 이 모토가
가정을 이루고도 계속 이어진다.
행복하자. 따로 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