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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자 사람 Sep 30. 2015

나는 왜 커피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엄마도 대접 받고 싶다


원래 나는 커피 믹스 밖에 마실 줄 모르던 사람이었다.


 그것도 옆에서 마시면 그냥 있기 머슥하니 같이 뽑아서 한 두모금 마시고 버리기 일 수 였다.

 같이 근무하던 옆자리 50대 쌤이 아침마다 수동 글라인더에 손 수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마실 때마다 향은 너무 좋았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커피를 마실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던 사람이다.


커피의 깊은 향과 맛은 물론이고,  그 커피 타임이 주는 의미를 몰랐던 것 같다.


휴직을 하고 연년생 아이를 키우면서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고, 식사시간은 식사시간이라기보단 음식을 입으로 밀어넣는 시간이었다(아이둘 먹이고 난 뒤에는 밥맛이 사라져서 안먹게되고,  안먹으면 체력이 달려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더라,  그래서 꼭 밀어넣어서라도 같이 먹도록 노력한다 ). 그 나마 숨쉴수있는 틈인 아이가 낮잠자는 시간은 살림 조금, 티비 조금,  책 조금 하다보면 어느새 끝나버렸다. 너무 허망했다.

 

이렇게  거울 한번 쳐다볼 시간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할 겨를이 없는 생활이 반복 되어 갈수록,   울증과 조증을 왔다갔다하고, 아이들에게 짜증냈다가 뒤돌아 반성하기를 반복했다.

 

이때 내가 찾은 살길은 바로!

내가 나를 대접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었다.


밥으로 대접하기엔 애들 삼시세끼 챙기는 것으로도 벅찼기에 그 방법은 패스!

 옷이나 신발,  장신구 등 나를 꾸미는 것엔 별 취미도 없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서 패스!


커피가 딱 좋았다!

믹스커피 정도론 당연히 안되고,

맛은 물론이고 향까지 좋은 정말 제대로 된 커피로 나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 먹은 뒤로는 어쩌다 한번 마시던 커피값도 아까워하던 내가 커피 머신기를 사고,  커피 캡슐, 우유 등을 꼭 비치해놓고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그리고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 값은 아낌 없이 지출했다. 그리고 커피잔을 들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시작된 내 커피에 대한 집착은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이제 4,5살이 된 아이들은 좀 컸다고 약속한대로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시간엔 나를 가만이 내버려둔다. 비록 짧긴 하지만 조막만한 아이들에게 내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라도 존중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처음엔 커피와 커피마시는 시간이 내가 나를 대접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젠 아이들이 나를 대접해주는 시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연애 때 늘 추구하던 이 모토가

가정을 이루고도 계속 이어진다.

 

행복하자.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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