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보다 소비를 배우는 아이들
성향상 장난감이 있으면 가지고 놀고, 없으면 없는대로 놀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계속 "터닝메카드"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엄만 커피 한잔 덜 마실테니 너는 일주일 동안 신발 정리를 해라. 그 뒤에 그 장난감을 사자고 했다. 나름의 돈을 벌기 위한 노동(신발 정리)의 절차를 밟은 뒤에 뭔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연히 마트가면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터닝메카드는 매진되어 없었고, 언제 들어올지도 확실치 않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고는 멘붕 상태가 되었다.
큰 마트 세군데나 가보고 좌절을 맛본 후에야 쉽게 구할 수 없는 장난감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 뒤론 어딜가든 아이들 손에 쥐여있는 터닝메카드만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구하기 힘든 그것을 아이에게 구해준 그의 부모들이 능력자처럼 보였다.
0 0 맘 카페에 가입을 해서, 매일 게시판 알림글을 보다가 **마트 **지점에 지금 터닝메카드있어요~ 하고 글이 뜨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그곳에 가서 샀다는 사람부터,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웃돈 몇만원 더 얹어서 샀다는 사람, 그 만화가 나오기 시작 했을 때부터 유행을 직감하고 사재기를 해놨다던 사람까지 아주 각양각색으로 용써서(?) 그 장난감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그 방법을 듣고 나니 내가 이렇게 까지해서 애들 장난감 사야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애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사준다고 약속까지하고 심지어 그 전에 치뤄야할 의식(?)까지 치뤘으니, 어쨋든 구해야했다.
다행히 장난감 가게 여러 지점을 섭렵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입고 되자마자 구입해서 손에 넣었다.
아이는 진짜 좋아했다. 그것만으로 여태 나의 노고가 보상받는 듯 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부모가 이렇게 앞 다퉈 구해주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어릴적엔(우리 때도 좋은 장난감 가지고 논 사람 은 분명 있었을테지만) 대체로 종이로 딱지를 만들어 놀거나, 종이 인형 50원 주고 사서 오린 다음 가지고 놀거나,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등등 장난감이라 해봤자 몇 십원 몇백원 주고 사서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거나, 삼삼오오 모여야 놀 수 있는 놀이가 많았다. 그 놀이는 누구와 노느냐에 따라 방법이 바뀌기도하고 하면 할수록 놀이가 업그레이드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놀이가 소비에서 부터 시작이 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또봇을 손에 넣어야 또봇을 변신시키며 놀 수 있으며, 소피아 인형을 손에 넣어야 공주 놀이를 할 수 있다. 심지어 딱지도 고무제질로 만들어진 캐릭터 딱지를 사서 하는 것을 보았다. 워낙 미디어가 발달하기도 하고 장난감 사주는 것이 별일이 아니기도 한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노는 방식은 어떨까? 터닝메카드만 해도 카드 세장을 던지며 "메카니멀 고"를 외치라고 친절히 만화에서 놀이 방법까지 알려준다. 그리고 친구들이 없어도 그 장난감에 빠져 거뜬히 몇시간도 놀 수 있다.
이 말엔 비약이 많은 줄 안다. 그리고 놀이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따라갈 사람들이 없을 줄도 안다. 장난감이 있으면 있는대로 더 기발하고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더 즐겁게 노는것이 아이들이다. 하지만 장난감을 사주는 부모는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놀이가 어떻게 하면 더 놀이 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이가 놀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