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안의 무언가

by itchy foot

양쪽 주먹에

서로 다른 무언가를 꽉 쥐고 살았다.


어느 날,

왼손 안의 것이 썩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내려놓지도 손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 다 썩고 나서야

왼손을 펼쳐 그 썩은 것을 버렸다.

그렇게 왼손은 텅 비었다.


그런데 다시,

왼손 위에 무언가가 놓였다.

누가 준 것인지도 모르고

내 것이 맞는지도 모르는데

그저, 쥐고 있으라 한다.


그건 형체도 모양도 없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저 네 것이라 한다.


쥐고 있는 왼손의 힘을

조금이라도 풀려 하면

보이지 않는 힘이

다시금 꽉 쥐게 만든다.


왼손 안에 무언가가 있다.

뭔지 모르는데,

그저 쥐고 있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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