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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itdaa Jul 18. 2021

진로 선택, 완벽한 길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UX/UI 디자인 공부를 하며 취업을 바라보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시각디자인 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으나 학교에선 UX/UI 디자인에 대한 도입이 늦어 학교에서 배워본 적이 없고 독학으로 공부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UX/UI 디자인에 대한 경험은 독학 후 졸업작품으로 작은 프로젝트 정도 디자인한 게 전부입니다. 얕게나마 코딩 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고민은 줄어들지 않네요.


저는 24살로 미필입니다. 졸업 후 바로 군대를 가자니 제대 후가 걱정이 되어서요. 안 그래도 UX/UI 직군은 신입을 많이 뽑지 않는다고 들었고 경력, 즉 연차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졸업과 군 제대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포폴을 쌓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취업은 항상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경력은 없고 나이는 많은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엔 작은 회사나 스타트업이라도 들어가서 연차를 쌓아야 할까요?


대학원을 돌파구 아닌 돌파구를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돌파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취업을 위해 대학원에 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실오라기라도 잡고픈 심정이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졸업 후에 포폴을 쌓아 취업을 먼저 하고, 2년 정도 경력을 쌓아서 퇴사한 후 입대한다면, 군 제대 후 경력직으로 입사 가능하니 위 루트보다는 낫지 않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미필을 과연 회사에서 신입으로 뽑아줄까요?


©Zhu Liang


질문을 정리하자면


1. 졸업 후 바로 입대를 해서 제대 후 공부를 하여 취업을 하는 게 괜찮을까요? 그렇게 한다면 대학원 진학이 나을지 스타트업 입사가 나을지 고민됩니다.


2. 졸업 후 포폴을 쌓아 입사해서 경력을 쌓고 입대를 하는 게 나을까요? 그렇게 한다면 미필 취업이 가능할까요?


UX/UI에 관한 전문 지식이나 직접적인 취업 관련 문의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쩌면 제가 작은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답변에 앞서 저의 경험을 먼저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va Darron


저는 28살에 대학을 졸업합니다. 재수, 군대, 휴학으로 늦어졌지만 입학 동기 중에도 같이 졸업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뒤처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저 역시 시각디자인과 출신입니다만 일반적인 그래픽 디자인 계열로의 취업이나 진출이 저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진로탐색에 고민이 많았답니다. 심지어 당시에 UX 분야는 관심을 두지도 않는 분야였습니다.


방황도 있었고 이런저런 활동들도 해보며 궁리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취업에다가 심지어 이직까지 하면서 제 길을 찾아가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서 초조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급한 마음에 공채에 넣어봤지만 준비해본 경험이 없는데 당연히 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IT 서비스 기획자 양성과정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2달간 풀타임에 심지어 수강료가 전액 무료라 지원을 해봅니다. 이게 간신히 되었고 2달 뒤 모바일 앱 기획서 하나를 포트폴리오로 갖게 됩니다.


때마침 친구가 모 스타트업 대표님 명함을 받았는데 같이 가보겠냐며 물어봅니다. 저도 구경하는 마음으로 같이 갔는데 이 자리가 묘하게 변하면서 대표님께서 저희 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포트폴리오를 보내보라는 이야기까지 받아내게 됩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1주일 뒤 합격 통보와 함께 아주 극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 나이가 서른입니다.


이후 대학원은 31살에 입학, 33살에 졸업 후 곧바로 지금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산학 프로젝트가 연이 되어 운 좋게 길이 열려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UX 분야 경력은 대학원 때부터 접한 셈이지만 회사 명함에 UX라는 단어가 찍힌 것은 33살 때부터인 셈입니다.


나이, 연차, 돌파구 등 지금 하고 계신 많은 고민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풀릴지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겁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정말로 어느 날 문뜩,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길이 없어 보이지만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이지 길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길을 볼 수 있으려면 절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고 무언가 계속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합니다. 무작정 노력과 시도만 해서는 곤란하고 여러 기회가 있을 만한 곳에 서 계셔야 기회를 만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런 기회의 장은 회사일 수도, 대학원일 수도, 어떤 워크숍이나 세미나일 수도 있습니다.


©Avinash Kumar


취업의 마인드셋, 역지사지가 답입니다

모든 궁금증을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이 간단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멘티님께서 회사 대표 혹은 인사담당자로서 미필자와 군필자를 어떻게 보고 싶으실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일 자체가 단기간에 끝날 일이거나 너무 힘든 일이라 지원자가 계속 바뀌는 그런 유의 일이라면 미필자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람을 뽑았으면, 특히 정직원이라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험, 퇴직금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법적인 부분에서 이 사람을 챙겨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뽑는 게 어려운 만큼 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권고사직이니 뭐니 뉴스에도 나오곤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사람이 필요해서 뽑을 때도 있지만 사업상 사람을 내보내야 할 수도 있기에 안정적인 상황이나 성장기가 아니라면 몸집을 키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답니다.


그래서 단기성 업무에 있어서는 외주나 단기 알바를 쓰곤 합니다. 즉, 업무의 특성상 군대를 갈 수밖에 없어 곧 퇴사를 해도 무방한 일이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채용 사유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군필이다 미필이라는 것을 마치 낙인 삼아 사람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회사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구분을 하는 이유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회사 입장에서 누굴 뽑는 것이 더 이로운지 가치판단 여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미필은 경우에 따라 합격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답니다. 이게 희망적인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조건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졸업 후 경력을 쌓고 군 입대가 나을지 말지... 인생은 기본적으로 정답이 없습니다. 경력을 쌓다가 군대를 다녀오셔도 솔직히 얼마든지 잘 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정말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 굉장히 좋은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군대 때문에 이를 잡을 수 없다면 굉장히 한 맺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군대를 갔다가 오면 아무래도 다시 시동을 걸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곧바로 이전 상태로 복귀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본인이 그동안 군인으로 있었기 때문에 습관 등이 바뀌었기 때문뿐만 아니라 그 사이 세상과 업계도 달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입대 전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 먹힐 수도 있어 어떤 부분은 새로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가장 큰 변수인 군대를 없애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너무 고민할 게 많고 변수투성이인 가운데 군대라는 것은 대단히 명확한 기간 동안 명확하게 할 일이기 때문에 이보다 구체적인 변수는 없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다면 다른 걸 애써 찾느니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속 편한 일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막상 군대에 있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어쩌면 기존에 갖고 있던 진로나 방향성이 바뀔 수도 있답니다. 진로탐색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면 군대를 이용해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저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군대에 있으면서 스스로 역시 뭘 좋아하는지 등을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Mike Tinnion


제대 후 진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대 후 대학원 진학이냐 스타트업 입사냐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은 아니기에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결정을 미루는 것이 어떻까 싶습니다. 마치 아직 여자친구가 없는데 A 예식장에서 결혼을 할지, B 예식장에서 결혼을 할지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또 설사 대학원이든 스타트업이든 어느 한 쪽으로 목표를 정하고 그걸 위해 수년간 열심히 달려왔다고 칩시다. 그게 만약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의 플랜 B를 갖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오랫동안 그 하나의 길만 노리고 살아오게 되면 의외로 플랜 B에 대한 준비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을 또 빌어오자면, 사실 저는 졸업 후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부모님께는 워킹홀리데이의 조건은 돌아오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으로 말씀을 드렸고 저는 제가 생각하는, 필요로 하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의 선택을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대학원과 연구실이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었습니다. 그 대학원 연구실의 교수님과도 연락해 면담도 하고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근데 무려 이 같은 연구실을 두 번 연속이나 지원해서 떨어지게 됩니다. 대학원은 1년에 2번 밖에 모집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이 대학원만 바로 보고 있었는데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당시 기분은 전 재산을 날린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대책도 없었기에 주변에 면목이 없었죠. 근데, 그 이후 친구의 조언으로 지원했던 대학원에는 합격할 수 있었고 그게 인생을 바꿔놓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답니다.


이렇듯 함부로 어떤 길을 정해봐야 인생이 뜻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제대 후의 이벤트는 제대가 다가오면서 고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병장쯤 되셔서 생활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면 그때 준비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적절한 준비 타이밍입니다. 지금은 고민해 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선택의 기로에서 간신히 선택을 해도 또 선택의 기로가 나오는 연속일 겁니다. 제가 조금 더 살아본 경험으로는 당시에는 고통스러운 선택인데 지나고 나면 어떤 정답이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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