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다 itdaa Jul 31. 2018

사진작가와 취업 사이에서.

무엇이 1순위이신가요?

일상이 사진이 되고 사진이 일상이 되고 싶은 24살의 사진작가 지망생입니다. 사진작가라는 꿈을 이루고자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싶지만, 취준생이라는 현실의 벽이 마음에 걸립니다. 

©Smart

물론, '그게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취업과 사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욕심에 선뜻 포트폴리오 제작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카메라를 드는 일인데도 4년간 쌓은 전공 지식이 너무 아까워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하겠습니다. 

고민 끝에 우선 취업을 하고 돈을 벌면서 시야를 넓힐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나둘 들려오는 친구들의 대기업 입사 소식에, 저도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했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중소기업은 지원도 안 했습니다. 운이 좋아 대기업 면접을 본 적도 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단순히 기업의 이름만 보고 지원했다는 것을 면접관분들께서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사진작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야 하는데 아직 발조차 못 떼고 있습니다. 화려한 첫 시작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더 나은 직장을 갖기 위해 목메고 있는 제가 한심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 같아서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네요. 

무엇이 먼저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무엇이 1순위인가요?

©Jordan Ladikos

대기업에 입사하는 동기들이 부러우신가요? 그럼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도록 취업준비에 전력을 다하셔야 합니다. 아니면 정말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면 본인의 각오를 다지고 사진에만 집중하세요. 만약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운 거라면 입사 후 돈을 모아서 사진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단순히 두 가지를 병행하고 싶은 거라면 간단합니다. 대기업에 입사한 후 취미로 사진을 하시면 되죠. 

다른 직업과 사진작가를 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평일은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영역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돌잔치나 결혼식 등의 사진 촬영이 대부분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돈을 벌면서 시야를 넓혀가는 건 본인의 직무와 관련된 시야이지 다른 분야의 시선을 넓혀가는 게 아닙니다. 각오가 되셨다면 도전하세요.

과감하게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둘 다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고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사진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사진 이외의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친구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그건 친구들의 인생이지 멘티님의 인생이 아닙니다. 친구, 동기, 가족의 생각보다 본인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주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돈이 중요한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고 결정하세요. 본인의 마음이 흘러가는 곳으로 길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선택한 것은 끝까지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늦은 나이 혹은 늦은 시작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23살에 군대에 입대하고 25살에 수능을 보고, 26살이 되어서야 사진과 1학년이 되었습니다.

©Eric Ward

올해로 제 사진인생 10년이 지났죠. 그동안 경제적으로 직업적으로 참 많은 고난과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을 시작할 때 다짐한 “딱 10년만 사진 찍어보자”라는 자신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겨우 버티고 있죠.


사진을 전공하고 졸업해 현장에 뛰어들었던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사진작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힘들고 어려운 직업입니다.

수많은 밤샘 작업, 쫓기는 시간, 무거운 장비. 촬영시간보다 더 긴 후 보정 시간. 포토그래퍼의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 속 이미지와 매우 다릅니다. 취미로 하는 사진과 직업으로 하는 사진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감각이 조금 있는 것 같고 주변에서 "사진 좋다, 사진 예쁘네!" 라는 말을 많이 들어 사진을 시작한 사람 중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사실 어느 영역에서나 끝까지 남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이런 것도 알고 도전하셔야 합니다.

멘티님은 아직 젊기 때문에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시작한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시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하다 보면 뭐라도 되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10년 동안 사진을 하는 것처럼요.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멘티님께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사진 작업인가요. 충분히 생각하고 천천히 결정하고, 빠르게 행동하시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말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멘티님보다 조금 더 삶을 살아온 사람의 걱정과 염려라고 생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로/취업/이직 고민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실명으로 활동 중인 1,341명의 현직자에게 직접 묻고, 진솔한 조언을 받아보세요
잇다, https://www.itdaa.net/
작가의 이전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HR담당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