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잇다 itdaa Dec 13. 2015

#7.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다 행복할 것 같나요?

소셜멘토링 잇다 조은지 멘토님


# 비가 오는 일요일, 그리고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잠시 회사를 들렀다가, '나머지는 카페에 가서 해야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해놓고 막상 마우스를 사무실에 놓고 나왔습니다.
  회사 이메일을 열어놓고 10분간 멍~하니 스스로를 탓하다가 결국 메일을 꺼버렸지요. 캐드를 봐야 하니 노트북으로는 한계가 있고, 어중간하게, 노트북 마우스패드로 일해보자니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능률은 엉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래서 이렇게 첫 번째 칼럼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목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할 것 같나요?' 이렇게 쓰고 보니까 참, 고 인간 겁나게 부정적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제가 보기에도 확 꽂힙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이 질문, 내 스스로에게 하는 거구나.

9월쯤부터 제 삶은 말 그대로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물론 한 번씩 시즌을 타는 업무 특성상 10월, 11월쯤부터 다음 해 5~6월까지는 매우 바빠지긴 하지만,  
 요즘처럼 주 3일 이상 퇴근시간이 밤 10시가 되고, 주말에 이틀 중 하루는 회사에 나와야 하는 생활이 반복되진 않았었지요.
 집에 오면 밤 11시 반, 12시이니 가족들은 다 자고 있고, 사귄 지 100일 지난 남자친구는 덩달아 같이 야근중이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는커녕 있는 약속도 다 깨어버려야 할 판입니다.

 근데 또 그게 끝이 아닌 것이, 올해 4월에 대리로 진급을 했지요. 그리고 나서 부딪쳤습니다.
 비 공학 전공자의 기술 지식에 대한 한계랄까요?
 매번 똑같이 부딪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더 크게 다가온 것은 '대리'라는 직급이 생긴 것에 대한 책임과 부담감 때문이랄까요?
 서당 개 삼월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4년이 훨씬 넘었어도 아직도 제 뇌세포들은 기술지식들을 받아들이기에
지독하게 느려 터지기만 하니까 조바심은 KTX를 타고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 이 길을 내 길이 아닌가, 아닌가, 아닌가를 벌써 10개월째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새 2015년이 다 떠나갑니다.그 10개월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수도 없이, '이 길을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 라는 고민을요.

 아, 여기서 잠시 옆길로 새어나가자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의상디자인입니다. 정확하게는, 오페라나 공연 등의 무대 의상, 또는 전통의상 디자인을 하고 싶었지요. 손으로 만드는 것은 뭐든 다 좋아하니까요. 오타쿠스럽긴 하지만, 중, 고등학교 및 대학교 1학년까지 코스튬플레이를 취미로 삼아서 7년간 옷을 만들었으니 그에 대한 열정 아닌 열정은 꽤 있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길로 가려고 생각해보니까 만만치가 않아요.
아니, 그 방법이 만만치가 않은 것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더 중요한 첫 번째 문제가 있었지요.

 "그럼 하고 싶은 길로 가면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 YES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지금의 경제력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기에 그동안 고생했던 경력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제가 지금 갖고 있는 수많은 의무와 책임을 버리고 원하는 것만 취하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너무나도 많이
요구하고 있달까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 수술을 두 번이나 하신 어머니께 진로에 대한 걱정을 끼쳐드리기도 싫었고,
 자신이 있는 동안은 꼭 이 업무를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고객사 업무 파트너와의 약속을 깨기도 싫었고,
 남자친구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있는 저와 결혼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싫었습니다.

결국,
 깨달았지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의상과 관련된 일이지만,
제가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10개월 고민의 끝이, 제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얻은 명예'라는 것을 알고는 허무하기도 했지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금의 어떤 힘든 상황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도 지금의 상황에서 얻는 가치가 커져버려서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상 현실에 안주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랄까요?
 어쩌면 가치를 찾았기 때문에 해결 방향이 주어진 문제를 받은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지금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1년차인 동생들이 많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전 무엇을 제가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가려니 너무 힘들어요.'
'이 길이 제 길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동생들에게 요즘은 이런 말을 해줍니다.
' 보통, 하다보면 행복한 일을 하라고 말을 많이 해.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모두에게, 그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고. 특히, 각자에게 삶의 방식은 다르고, 주어진 환경도 다르고, 주어진 의무와 책임은 더더욱 다르니까. 그런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등한시하고 주어진 환경을 무시한다면 그게 행복한 방향이 맞을까?'

물론 이렇게 실컷 말해놓고도, 저 또한 또 혼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징징거리긴 하겠지만,
멘티 분들 또한 정말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무작정 '좋아하는 것'을 해야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먼저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소셜멘토링 잇다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멘토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잇다 멘토가 되어,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세요.
잇다 멘토 참여방법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http://itdaa.net/notices/615


작가의 이전글 #6.저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뭔지 잘 몰랐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