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날 Dec 27. 2022

긱 워커(Gig Worker)의 시대가 온다

겸업과 겸직, 투잡과 쓰리잡이 일상이 되는 세상

몇 년 전에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을 때 현지에 계신 분에게 ‘문라이팅(moonlighting)’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밤에 다른 일을 한다는 의미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부업을 한다는 말이었는데, 당시 미국에서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것도 문라이팅이라고 했습니다.


경기는 안 좋은데 물가는 오르고 월급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직장인들에게 부업은 다들 한 번씩 생각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풀타임 또는 부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고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근무 시간 외에 부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세대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소속감이 약해지고 회사와 나의 관계가 회사는 회사, 나는 나라는 선을 긋고 두 가지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연해질 만큼 거리가 있다 보니 퇴근 이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가진 긱(Gig)은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을 할 때 연주자를 필요할 때마다 섭외하여 단기 계약을 맺어 공연한 것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임시 계약을 맺은 후 업무를 맡기는 경제 현상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합니다. 


긱 워커(Gig Worker)는 주로 IT 업계에서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을 말했는데, 지금은 전 산업 분야로 의미가 확대되었으며, 숨고 등과 같은 서비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긱 워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의미로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우버의 운전자, 배달앱의 배달기사 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단기적으로 일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표현도 있음)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이나 회사에 있는 취업 규칙에 보통은 '겸업 금지 조항'이 있습니다만, 원칙적으로 투잡이나 부업도 사생활의 영역으로 어떠한 제한도 없습니다. 다만, 겸업, 겸직으로 인한 회사 업무 태만, 기업 이미지 손상 등 사유가 있으면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업으로 피곤해서 회사 업무 중 졸다가 맡은 업무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앞으로 코로나 이전처럼 매일 출근하는 근무 방식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재택근무 등과 같은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고 일할 수 있는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특히나 전문 인력이 점점 더 구해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풀타임 근무가 아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긱 워커를 많이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적인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긱 워커가 필요할 때 채용해서 업무에 투입하되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긱 워커와의 느슨한 관계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일반적인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회사에서는 긱 워커를 어떻게 선발하고 관리하고 함께 일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업무 체계를 가져가고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관리하고 업무를 수행할 지에 대해서 프로세스, 시스템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 또한 한 직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따라 여기저기에서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맡아서 진행해야 하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일들에 있어서 업무에 대한 스위칭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찾고 연결하고 이어서 할 수 있는 방법(플랫폼을 활용하든지 지인 관계를 통하든지)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 및 역량과 함께 필수적인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될 것 같고 그 무엇보다 회사나 긱 워커 모두 평판이 더욱 중요한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처럼 투잡, 쓰리잡이 당연한 세상으로 변해간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 회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작가의 이전글 Something New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