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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 Sep 09. 2022

7년 만에 새로운 도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기

새로 시작하는 설렘 말고, 여기서 계속할 끈기를 찾아서

직장생활을 7년쯤 했는데 여기가 5번째 회사다. 작년 3월에 들어왔으니 다음 달부터는 가장 오래 다닌 곳이 된다.


스타트업에서 이직이 잦은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지만, 내가 봐도 여기저기 짧게 다니긴 했다. 지금처럼 좋은 제안 덕에 옮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질려서 그만뒀다. 아무도 내 쓸모를 인정해 주지 않아서, 새벽 2시 퇴근에 지쳐서, 친한 사람들이 줄퇴사해 멘탈이 흔들려서, 밤마다 내일 아침 출근이 두려워지면 미련 없이 그만뒀다. 이직이야 처음 한두 번이 힘들지 경력이 쌓인 다음부터는 쉬운 일이었다. 버티는 것보다야.


그러고 보면 나의 번아웃 예방 방법은 퇴사였다. 1년에서 1  주기로 일하기 싫어지면 ‘나는 일이 싫은  아니고 회사가 싫은 거야. 얼른  좋은 회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가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쯤 쉬고 옮긴  회사에서는  달쯤 적응하면 금세 일할  났다. 좋은 콘텐츠가 필요한 회사를 찾아갔으니  일도 많았고.


하지만 지금 회사는 옮길 이유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있고, 지난봄 연봉협상도 만족스러웠고, 모두 열심히 일하니까 분위기 잘 타는 나도 저절로 노력하게 되어서 좋다. 오래 앉아 일하기 편하려고 사무실에 내돈내산 발 받침대랑 등 받침대도 들여놨다. 이직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짐이 될 것들로 자리를 채우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 열정은 어딜 가고 슬금슬금 지치고 있다. 중립 상태인 입꼬리, 낮아진 목소리, 반쯤 감긴 눈. 일하기 싫어증의 전조다. 이번엔 환경을 탓할 게 아무것도 없다. 내가 문제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나는 어디서든 일 년 반쯤 일하면 지치는 사람인 걸까? 이번엔 정말로 몇 년을 다니며 이 회사가 성공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내가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할 성질머리의 사람인가 싶어 슬퍼졌다.



주말 데이트. 최측근과 파주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생처음 빨간 버스를 탔다. 광역버스 줄을 어떻게 서는지도 몰라 머뭇거리다 줄 앞에 버스 번호를 발견했다. 합정에서 파주까지는 50분. 혹시나 싶어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목마를까 물도 사 뒀다. 드디어 버스에 타고 안전벨트까지 매니까 멀리 놀러 가는 게 실감이 났다. 창밖으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푸른 풍경이 지나가는 걸 봤다. 모험의 시작처럼 신이 났다. 이런 설렘은 오랜만이다. 어쩌면 이 마음을 얻지 못해 일하기 싫어증이 오는 걸까?


늘 그랬듯, 이 신나는 마음도 잠깐이었다. 출발하고 20분쯤 지나니 멋진 풍경도 조금 지겨워졌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알람이 울리게 두고 눈을 감았다. 반복되는 풍경이 질리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의 일상만큼은 반복되더라도 지겹지 않고 싶은데. 금방 사라질 설렘 말고, 멋지게 계속할 끈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게 벌써 1달 전 고민이다. 나름의 실마리를 찾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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