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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 Oct 16. 2018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곳

스타트업 마케터의 안 흔한 회사 자랑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잘 해야죠!


  콘텐츠 마케팅을 업으로 삼다 보니 이런저런 글을 쓸 일이 많다. 감사하게도 주위에 마음 좋으신 분들이 많아 요번에 쓴 글 잘 읽었다며 칭찬을 해 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괜히 머쓱해 저렇게 말하곤 한다. 반쯤 농담이지만 마냥 허풍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가는 글이 있어야 오는 돈이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말은 '돈 받는 만큼만 잘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지분 없으니 내 것도 아닌 회사인데 정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줘 봐야 헌신하면 헌신짝밖에 더 되나. 그저 월급 통장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을 정도만 일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직업관이었다.


  나름 확고했던 그 직업관은 요 한 달 반 만에 바뀌었다. 내가 우리 회사로 이직하면서부터다.




  우리 회사에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가 많다. 때 되면 알아서 출퇴근하는 유연 근무, 화수목 중 주 1회 언제든 사용 가능한 리모트 근무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나에게 맞는 환경에서 두뇌를 풀가동하면 업무 시간에만 최선을 다해도 웬만큼 맡은 일은 다 끝낼 수 있다. 나는 여태껏 우리 회사에서 야근을 딱 두 번 했다. 처음 한 번은 내가 괜히 일 욕심에 객기를 부려봤던 거고, 그다음 한 번은 한 달 전부터 일정이 잡혀 있던 저녁 행사 참가 건이었다.


  퇴근을 제때 한다는 것만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퇴근하고 한 시간 운동한 다음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 먹고 샤워를 다 해도 자정이 지나지 않는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왓챠랑 넷플릭스도 더 자주 들어가게 되었다. 퇴근하고 느긋히 보낼 내 시간이 있는 걸 아는 것만으로 아침에 눈뜨고 출근하는 마음이 한결 산뜻하다. 그리고 그 산뜻한 마음을 가득 채우는 한 가지 질문.


어떻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금도 월급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상하다. 여기선 훨씬 더 일을 잘하고 싶다. 그 덕에 글도 더 잘 쓰려 노력하게 되고, 꼭 콘텐츠 마케터 업무가 아니라도 회사에 도움될만한 일이라면 찾아내 돕게 된다. 이거 내가 했다며 티 낼 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일이 없어 보인다며 말도 안 되는 분량의 업무를 갑자기 던져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 팀원 모두가 서로의 일이 회사 성장에 기여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회사에서 팀원들은 서로를 믿는다. 팀원들의 성과는 다 함께 칭찬하고 부족한 점은 비난이 아닌 피드백으로 채운다. 자신의 업무 고과를 높아 보이게 하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는 걸 믿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수직적인 의사결정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실무자의 주장에 적절한 근거가 있다는 걸 믿으며 업무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더 좋은 의견을 내고 싶고,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를 존중해 주는 실력 있는 동료들 사이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 8시간이 꼬박 보람으로 가득 찬다. 내가 회사에서 받는 건 월급만이 아니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게 세상 사는 원칙인 내가 회사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입사하고 한 달 반, 아직 적응기간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 회사가 좋다. 이렇게 새벽 감성으로 회사 자랑 글을 올릴 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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