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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무 변호사 Sep 21. 2016

동업계약서, 이것만은 알고 작성하자

안녕하세요. 유영무 변호사입니다.


창업(Startup)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공동창업자 사이에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들 '우리 사업은 잘 될 거야'라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시점에, 사업이 잘못되는 경우를 상정(想定)하는 것은 피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성공이든 실패든 사업은 늘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믿음직한 동료들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업이 의도와 달리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공동창업자들이 한 번 이상은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을 사전에 정리해두는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바로 동업계약서 또는 주주간계약서, 이른바 shareholders' agreement를 작성하는 것인데요. 이는 사업의 리스크(risk)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오늘은 제가 블로그와 여러 강연을 통해 정리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동업계약서 작성에 있어 중요한 사항 몇 가지를 정리하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실제 계약서를 작성·검토하고 동업 관련 분쟁을 처리하면서 경험한 구체적인 케이스 위주로 다룰 것입니다.




[CASE 1] 공동창업자 A는 창업 당시 맡겠다고 한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A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하려면 어떠한 규정이 필요할까요?


구두(口頭)로 정한 모호한 역할 분담은 때때로 회사 운영에 예상치 못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수가 선호하는 주요 업무로 쏠려 서로 혼선을 야기하거나, 반대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 생겨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미리 동업자들의 직책,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따른 권리와 의무를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동업계약서에 "공동창업자들은 본 회사의 운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역할을 분담한다."와 같은 조항을 두고, "A는 ○○○의 직책을 맡아, ○○○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라는 식으로 나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당사자에게는 일정한 페널티(penalty)를 줄 수 있게 만들면 효과적입니다. 만약 위 케이스에서 서면(書面) 형태로 A의 임무 및 제재 수단이 정해져 있었다면, 다른 공동창업자들이 A를 상대하기에 수월 했겠지요.



[CASE 2] 공동창업자 B가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두겠다면서 업무를 중단하였습니다. 현재 회사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한데, 계약서에서 참고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요?


공동창업자는 사업의 처음부터 그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비즈니스가 궤도에 오른 후에도 회사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되는 대체 불가한 구성원일 테지요. 동업관계가 해지되거나 이로부터 탈퇴하는 것은 다른 동업자들이나 회사 입장에서 너무나 민감한 사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어느 경우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또는 계약이 해지되는지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대가를 치르고 탈퇴할 수 있게 해야 추가적인 다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각 당사자는 본 계약의 체결 이후 ○년 이내에는 동업관계에서 탈퇴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 탈퇴할 수 있다."와 같이 규정하고, 탈퇴 가능한 구체적인 사유를 정합니다. 더불어 동업관계를 전원의 합의로 해산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CASE 3] 대주주인 공동창업자 C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제3자에게 처분하려고 합니다. 동업계약에 어떤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면, C의 처분행위를 막을 수 있을까요?


동업자들 중 1인이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한다면, 회사의 주주구성 및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됨은 당연합니다. 동업관계에서 탈퇴하여 회사를 떠나는 경우 그가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을지도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면서도 자신의 주식을 가져갈 수 있다면, 회사 업무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은 채 장래 주식이 가져다줄 이익만을 챙기는 꼴이 되겠지요. 따라서 주식을 처분하는 시기나 절차, 방법 등의 제한을 계약서에 자세히 정해두어야 합니다.


예컨대 공동창업자들 전원의 서면 동의를 얻어 양도할 수 있게 한다던가, 그 동의를 얻지 못하는 때에는 다른 동업자들에게 우선 매수할 기회를 준 다음에 양도하도록 하는 절차 등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에 덧붙여 다양한 예외 규정을 도입할 수도 있고요.


만일 지분을 양도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공동창업자 중 대주주라면 좀 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즉 동반매도권(tag-along right)과 같은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데요. 이는 소액주주가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에 강제로 동참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CASE 4] 공동창업자 D가 동업계약의 내용을 위반하여 다른 동업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손해액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관하여 계약서에서 다뤘어야 하나요?


특정 당사자가 다른 공동창업자들에게 계약 위반에 의한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사실 손해 발생의 여부 및 구체적인 손해액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사업의 초기에는 회사의 이익과 손실을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특히 동업의 내용이 추상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등 손해액 산정 기준을 정해놓지 않으면, 계약 위반이 발생하고도 마땅히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본 계약에 규정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이외에 보유 주식의 ○○%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부과한다." 등의 조항을 만들면 명확하겠지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당사자들이 미리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정해 두는 것이며, 위약벌은 실제 손해의 배상과는 별개로 지급하기로 한 제재(制裁)를 말합니다.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계약 당시 협의로 정하면 되겠지만, 그 액수가 과도한 때에는 법원이 감액하거나 무효로 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CASE 5] 공동창업자 E는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고 곧장 동종(同種)의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동업계약에 E를 저지하기 위한 조항이 있을까요?


보통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동창업자 사이에서도 이러한 약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이란 특정 당사자가 향후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설립·운영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정한 계약을 뜻합니다.


인력 이동이 흔한 업종에서는 동업자들 간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따른 분쟁이 자주 발생합니다. 따라서 "각 당사자는 동업관계에서 탈퇴한 날로부터 ○년간 본 회사의 영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임직원으로 근무하거나 지분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규정을 두어야 하겠지요.


다만 약정의 기간이나 지역, 직종을 정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경업금지약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여러 사정에 따라 그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동창업자들이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거나 회사 운영을 결정하는 대화는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막상 계약서에 필요한 여러 이슈를 냉정하게 논의하다 보면, 오히려 사업의 구조나 방향이 더 명확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동업계약뿐 아니라 일반적인 계약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사자들은 '설마 그럴 일이 있겠어?'라는 편한 마음으로 생각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듯 창업의 첫 단추가 될 동업계약서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작성할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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