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영무 변호사입니다.
숙박공유는 차량공유와 함께 공유경제(sharing economy)나 O2O(online-to-offline) 등의 개념을 대표하는 비즈니스모델입니다. 그중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airbnb)가 가장 유명한데요. 사실상 숙박공유를 의미하는 보통명칭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어비앤비는 2016년 8월 기준 191개 국가, 3만4천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기업가치는 무려 30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지 숙소를 구하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숙박공유 플랫폼의 앞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즉 숙박전용 시설이 아닌 아파트, 오피스텔과 같은 비전용 시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법령의 위반 또는 기존 사업자와 충돌 등이 불가피합니다.
어제(19일)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에서도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저는 그동안 에어비앤비가 국내외에서 부딪혔던 규제 케이스들을 정리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룰 사례는 모두 에어비앤비에 관한 것들인데, 그만큼 에어비앤비가 숙박공유의 대명사이기 때문이겠죠. 다른 숙박공유 플랫폼의 경우에도 거의 동일한 이슈가 등장할 것입니다.
1. 숙박공유의 위법성
에어비앤비는 빈 집을 빌려주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서, 2013년 1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숙소를 공급하는 자, 즉 호스트(host)는 숙박업을 영위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대가를 받고 대여한다는 점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 문제 됩니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제2조에서 '숙박업'을 공중위생영업의 하나로 정의하고, 제3조에서 공중위생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미신고 영업을 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제20조).
여기서 제가 위 제목을 '숙박공유의 위법성'이라고는 했으나, 숙소를 중개한 행위 그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처벌의 대상은 미신고 영업을 한 호스트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즉 에어비앤비가 스스로 숙박업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호스트는 보통 국세청에 사업자등록 없이 숙소를 제공할 것이므로,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예민한 문제도 발생합니다. 결국 숙박공유의 등장은 기존 사업자들, 즉 여타 숙박업체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겠지요.
2. 국내 형사처벌 사례
이렇게 숙박업을 하려면 공중위생관리법상 신고가 필수적인데요. 이미 국내에서는 신고 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제공한 호스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부산지방법원은 관할 구청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20만원(1박)에 해운대 집을 대여한 집주인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작년 9월 서울지방법원에서도 서울 중구의 오피스텔을 10만원(1박)에 대여한 호스트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 두 개의 판결 모두 각 호스트가 유상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제공한 행위에 대하여 숙박업 영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도 공중위생관리법의 취지·내용 등을 고려할 때, 미신고 숙박업의 위법성은 해석에 다툼이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공중위생관리법은 "이 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영업의 위생관리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위생수준을 향상시켜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선언하는데요(제1조). 아무리 공유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더라도, 숙박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사라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3. 해외의 규제 사례
해외 각 국가(또는 주)들은 서로 다른 형태의 법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공중위생관리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숙박업에 수반되는 위생·안전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을 위하여 비슷한 목적의 규제가 형성되어왔을 것입니다.
가끔 공유경제 플랫폼이 국내에서만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외에서는 널리 허용되고 있다는 식의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일 베를린 시는 최근 집 전체에 대한 2개월 미만의 단기 임대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만 유로(약 1억3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숙박공유 플랫폼들은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지난 6월 베를린지방행정법원은 이 법안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는 관광객 폭증에 따라 많은 주택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임대로 제공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는데요. 결국 올해 6월 아이슬란드 의회는 일명 '에어비앤비 법'을 통과시켜 임대 기간을 연 90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영업세(business tax)를 부담시키기로 했습니다.
미국 뉴욕주도 집 전체를 30일 이내 단기 임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적발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1,000달러, 5,000달러, 7,500의 벌금을 내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뉴욕주 주지사인 앤드류 쿠오모는 조만간 이 법안에 서명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4. 그 밖의 이슈들
현지 숙박업자나 세입자와의 갈등도 발생하는데요.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용객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자, 작년 11월 숙박업 종사자들의 모임인 아톱(ahtop)이 127개의 플랫폼을 파리 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숙박공유에 밀려난 세입자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숙박공유는 현지인의 생활에도 불편을 끼칩니다. 아무래도 여행객들은 숙소나 관광지에서 소란스럽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작년 8월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저렴한 에어비앤비 숙소 때문에 젊은 여행객이 크게 증가했고, 이들의 일탈행위가 참기 힘든 피해를 준다면서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몰카와 같은 불법행위도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 어느 독일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아파트에 묵었던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던 이들은 거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고, 캘리포니아 법원에 에어비앤비와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딜 가나 뻔한 숙박업소가 아니라 현지인의 삶을 느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숙박공유의 장점은 많은 이용자들의 호응을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처럼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모델일수록 기존 질서와의 충돌이 더욱 격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외국의 주요 도시들은 숙박공유를 강력히 규제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요. 결국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들은 규제와 반발을 적절히 수용하고 상생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뉴욕주의 법안이 가시화되자 자체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단속도 강화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뉴욕주에서 숙박공유가 금지되면 뉴욕이 갖는 상징성만큼이나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할 테니까요.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큰 호응을 얻으면서도 반대로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두 측면이 공존합니다. 숙박공유가 겪는 규제 이슈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잘 살펴본다면, 다른 영역의 공유경제·O2O 비즈니스 입장에서도 규제에 관한 나름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