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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무 변호사 Nov 21. 2016

카카오톡 채팅방의 명예훼손과 모욕, 어떻게 대응할까

안녕하세요. 유영무 변호사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에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사람들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공간인 만큼 카카오톡을 활용한 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예컨대 채팅방에서 사람을 속여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범죄 발생은 카카오톡의 문제가 아닙니다. 범행 도구로 통신 매체가 필요한 경우라면, 카카오톡이 아니라 어떤 메신저라도 동원될 수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톡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신저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범죄의 종류 중 온라인 공간, 특히 채팅방에서 가장 쉽게 일어나는 범죄는 바로 인터넷 명예훼손과 모욕인데요. 이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피해자로서는 수사기관에의 고소(告訴)를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은 '카카오톡 채팅방' 명예훼손, 모욕 피해자가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인터넷 명예훼손 등 사이버범죄에 관한 일반론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사이버범죄 카테고리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 죄명의 판단


채팅방에서 특 표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 그 표현행위가 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죄명 및 범죄성립은 최종적으로 수사기관 및 법원이 정할 문제이지만, 발생 단계부터 어느 정 판단을 해놓아 대응이 가능하겠지요.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침해하는 것인 반면, 모욕은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A는 학창 시절 여러 차례 도둑질을 했다."는 표현은 명예훼손, "A는 XX하니 XX이구나."와 같은 욕설은 모욕에 해당합니다. 두 범죄는 적용법조와 형량이 다른 데다가 모욕은 친고죄로서 고소기간의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구별해야 합니다.


나아가 명예훼손은 진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른바 상품 후기, 즉 "B회사의 상품 OO을 사용해봤더니 굉장히 별로더라."는 주관적 의견은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2. 증거의 수집


죄명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카카오톡에서 할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인터넷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증거는 대부 스크린샷(Screenshot)으로 구성됩니다. 즉 범행의 결과를 얼마나 잘 캡쳐해 두느냐가 고소의 성패(成敗)를 좌우합니다.


카카오톡 의 증거 수집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먼저 채팅방 메뉴에서 '대화 내용 내보내기' 기능을 실행하여, 해당 채팅방의 대화 전부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가해자의 메세지가 수십~수백 회 정도라면 범죄사실란에 이를 모두 적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보통 고소장에 별지(別紙) 형태로 '범죄사실 일람표'를 만듭니다. 일람표를 작성할 때 텍스트 파일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텍스트 파일만 출력하여 증거로 제출하기엔 뭔가 부족하겠죠? 가능하다면 카카오톡 PC버전에만 있는 도구 활용해야 합니다. 채팅방 메뉴의 '대화 캡쳐' 기능을 사용하면 대내용을 이미지 파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범죄사실이라 생각되는 대화 전부를 텍스트 파일과 이미지 파일 두 형태로 모두 저장해두었다면, 일단 증거 수집의 큰 부분은 종료되었습니다.





3. 가해자의 신원


다음으로는 명예훼손, 모욕 범행을 한 가해자의 프로화면을 캡쳐해둬야 합니다. 카카오톡에서 가해자의 아이콘을 클릭하여 그의 프로필이 등장하게 한 다음, 스마트폰의 전체화면 캡처 기능을 사용하여 저장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신원(身元)을 아는 경우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반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서로 구체적인 신원을 알지 못하는 도 함께 채팅방에 속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카카오톡에 가입하면서 인증절차를 밟기 때문에 카카오는 이용자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채팅 대내용과 가해자의 프로필을 증거로 제출하면,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은 영장을 신청하여 카카오로부터 신원을 전달받게 됩니다.


제가 고소대리 업무를 처리 완료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신원을 모르는 가해자에 대하여도 추적하여 처벌하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4. 기타 고려할 점


첫째, 이 과정은 그 채팅방에 피해자가 직접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할 테지요. 자신이 속하지 않은 채팅방에서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으며, 나아가 대화 내용을 캡쳐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느 채팅방에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된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그 채팅방에 속한 이용자의 도움을 받아야 니다. 내용을 저장하지 못하고 퇴장한 피해자가 다른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고소대리한 바 있습니다.


둘째,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공연성(然性)을 요건으로 하므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1:1 채팅방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이들 범죄가 보호하는 '외부적 명예'의 침해는 제3자가 있어야만 가능하겠지요. 인터넷 명예훼손을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공공연하게'라는 문구가 바로 공연성을 의미합니다.


대법원 2004도2880 판결은 "어느 사람에게 귀엣말 등 그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사람 본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사실을 이야기한 경우, (중략)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그 사람이 들은 말을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였더라도 영향이 없다."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타인과 단 둘이 있는 채팅방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성립할 수 없으며, 대신 상대방의 표현이 협박 등 다른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여타 범죄와 마찬가지로 사이버범죄의 고소 역시 증 수집이 무척 중요한데요. 사이버범죄는 증거가 디지털 자료로 명확히 남는 반면 삭제나 변조도 어렵지 않아, 시간이 흘러 증거가 완전히 사라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는 앞서 살핀 대로 카카오톡의 특성에 맞게 증거 자료를 수집해둬야 할 것입니. (론 다른 범죄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변호사를 고소대리인으로 선임하여 고소하려는 때에도 기초 증거의 수집은 본인의 몫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수집한 자료를 받아보면, 캡쳐 파일의 품질이 낮거나 중요한 화면을 빠뜨리는 등 다소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사이버범죄는 정보통신망 및 컴퓨시스템으로 구성된 공간을 로 하는 만큼, 범죄사실의 파악이나 증거의 수집에 있어 고도의 기술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이버범죄로 피해를  고소하는 과정에서는 섬세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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