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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n Sep 03. 2021

오늘은 영화관에서 공연 볼까

공연이 공연장을 벗어났다. 팬데믹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행선지.

*지난 기사 아카이빙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파전과 막걸리, 추운 겨울에는 붕어빵과 호빵, 이사하는 날에는 짜장면, 찜질방에서는 구운 계란과 식혜가 공식인 것처럼, 눈이 즐겁기 전 팝콘과 버터오징어 냄새가 먼저 마중나와 코를 즐겁게 만드는 곳. 바로 영화관이다. 고소한 추억이 가득한 장소지만 2020년 상황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19확산과 함께 공연산업이 난관에 부딪혔던 것과 같이 영화 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 개봉 예정되어 있었던 영화들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는가 하면, 넷플릭스와 같은 OTT플랫폼으로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집콕러’가 늘면서 OTT플랫폼을 활용하는 관객들이 대거 늘어난 것도 위험 요소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지난해는 빈 상영관과 발걸음이 끊긴 영화관을 채우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화양연화><중경삼림><태극기 휘날리며> 등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자체로 여전히 빛을 발하는 작품들을 레트로 열풍에 맞춰 재개봉하고, 일반적인 GV 형식이나 기존 개별 강연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영화관람과 강연프로그램을 접목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내는가 하면, 영화가 아닌 클래식,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상품들을 선보여 마니아층을 공략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 24일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버전.

그중 지난해 8월 CGV가 선보인 ‘월간 뮤지컬’은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기획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뮤지컬 실황 영화가 상영됐지만, 오로지 뮤지컬 장르만 내세워 진행하는 기획은 처음. 이들은 매달 두 편의 해외 뮤지컬 실황을 선보일 것을 약속하며, 뮤지컬 <쉬 러브즈 미><톡식 어벤져> 등을 개봉했다. 팬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비대면 영상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국내 공연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도 자연스러운 발걸음이었다. 과거 뮤지컬 <웃는남자><엑스칼리버> <모차르트> 등이 상영되어 주목받은 바 있지만, 올해 초는 ‘쏟아졌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국내 공연들이 앞다퉈 상영관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단순 실황영상 상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연의 영화화를 꾀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러한 흐름은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경로를 영화관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익숙한데 신선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 업계는 영상에 주목했다. 정부 방침으로 공연장 문을 열 수 없는 공연들이 늘어나며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그중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CGV와 함께 공연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었다. 기획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기존 영상 상영에서 상업영화 형태를 띄는 정식 상영으로 변화한 것. 반응도 뜨거웠다. CGV 자체 예매율 상위권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본보기로서 자리한 것은 물론, 당초 정해진 40개관에서 16개 관이 늘어난 56개 관으로 전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EMK뮤지컬컴퍼니


그리고 지난 3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영화화한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는 한국 뮤지컬 영화에 획을 긋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4DX. 실제로 항해하는 듯한 실감 나는 체험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일주일만에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뮤지컬 실황 영화 최다 관객수를 가뿐히 넘은 성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공연을 이미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의 창구를 열어주는 역할을 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상영 구조와 영상 제작에서 신선함이 돋보인 공연이 있는가 하면, 관객들이 직접 홍보에 참여해 눈길을 끈 공연도 있다. 지난 2월 설연휴를 겨냥해 상영된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관객의 힘으로 뮤지컬 영화화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 당시 상영 소식을 들은 기존 공연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해 개봉이 앞당겨지고 상영관이 확대되는 일이 벌어졌다. 관객의 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별빛이 가득한 숲에서 영화를 즐기는 컨셉의 강변CGV 씨네앤포레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 입소문 홍보에 나선 것. 


강변CGV 씨네앤포레 ⓒCGV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케플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상영관의 이미지와 작품의 이미지가 부합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뮤지컬 영화화의 가장 큰 이점은 ‘팬덤’.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흔히 입소문 마케팅이라 부르는 바이럴 마케팅, 버즈 마케팅 등이 보다 수월한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팬덤 특성은 공연 영화화 발전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변화를 위한 화합



그동안 공연 영상화는 수없이 이루어져 왔지만, 현시점의 전문 영상화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급진적으로 이루어진 형상이다. 기록 형식의 촬영이 작품 가치를 가지는 촬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연 특성에 대한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한 법.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을 영화화하려는 감독은 많으나, 공연에 대한 관심이 ‘호감’ 정도에 그친다. 성공적인 영화화를 위해서는 공연이 제작되는 과정과 관객들의 니즈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연 업계에서도 영상물에 관한 이해를 높여야 하는 상황.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의 경우 배우들의 가발 경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마 라인을 블러 처리한 옥에 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오윤동 감독 역시 “근거리에서 촬영된다는 점이 사전에 공지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배우의 생생한 표정이 드러나는 클로즈업 촬영이 동시에 허점을 보여주는 요소로 자리할 수 있는 것. 완성도 높은 공연 영화화를 위해서는 두 업계 간의 긴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관을 찾는 공연의 발걸음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길은 100m달리기가 아닌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 가깝다.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계속된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연의 내일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editor. 나혜인


*해당 기사는 공연문화월간지 시어터플러스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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