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예전 글을 다시 읽습니다.
지금의 제가 아니라, 조금은 조심스럽고, 조금은 확신이 없던 시절의 문장들을요.
2023년 1월. “예비 공연기획자를 위한 실무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 그저 먼저 경험해 본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처음 두 번의 워크숍은 ‘유료’가 아니었습니다. 무료로 열었습니다. 완성된 과정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실험에 더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구조인지. 저조차도 잘 몰랐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만은 분명했습니다. 직접 해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한다는 것.
기획안을 써보고, 예산을 짜보고, 홍보를 고민하고, 보도자료를 완성해 보는 일. 짧은 시간이지만 그 과정을 통과해 본 사람은 이 일이 자신과 맞는지, 조금은 더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더 깊이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여기까지 해본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가지 모두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해보지 않은 선택’에 대해 오래 미련을 갖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가고 싶은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도 괜찮은지. 그 판단을 남이 아니라,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그렇게 시작한 '비전공자를 위한 공연 기획 실무 워크숍'이 어느덧 4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과제는 더 구체적으로 다듬어졌고, 피드백은 더 명확해졌으며, 과정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과정을 모두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이 아니라 ‘정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연기획이라는 일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버티는 힘과, 정리하는 힘과,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건, 어느 날 문득 무대가 완성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 시작되는 5월 반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처음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의 저는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꽤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이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겠죠.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막연함이 아니라 한 번쯤의 경험 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그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하지만 여전히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