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미소를 짓는 것이 스스로에게 죄스럽다는 것은 단지 단편적인 잘못 하나만으로 생기는 감 정일수 없다.
웃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난 얼마나 나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자랑스러운 자식 당당한 배우자 부끄럽지 않은 부모
이 세 가지가 사람으로 태어나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들이지 않을까?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숨기고 속이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시작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 걸까?
웃었다.
웃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웃음에도 자격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나에게 혹은 타인이 나에게 그런 자격을 줄 수 있는 걸까?
그런 거라면 난 누구에게 받아야 제대로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채로 돌아간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판단하기도 힘든 것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그곳에 던져진 거짓들 중에 내가 던진 것은 얼마나
있으려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거짓에 휘둘리고 다치려나.
그곳에 던져진 진실들 중에 내가 던진 것은 얼마나 있으려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실에 믿음을 보여주려나.
웃었다.
웃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삶의 터전에 던져진 수많은 진실과 거짓들이 이제는 맘 편히 웃어도 된다고 말해주었으면.
진실이든 거짓이든 웃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한 마디만 던져준다면.
얼마나 좋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