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그냥 좋았다.

아버지와 나

by iTrekking
2016 @파주 헤이리 마을

이제는 보청기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아버지, 그런데 그마저도 잘 안 들린다고 보청기를 거의 빼고 다니신다.


"천지 난리를 쳐도 니 아버지는 모를 거야~"

"어휴~~ 내 속이 터져!!" 이렇게 말하는 엄마

같이 동고동락하시니깐 더 답답하시리라 생각이 든다.


모처럼 동생 부부가 있는 일산에 모시고 갔다.


"아버님 장어 드시러 가시죠?" 매제가 말해도 못 들으시니

"아빠 장어~ 장어~" 소곤대듯 동생이 다시 말하니 웃기만 하신다.


파주 문산 반구정 나루터집

'워메 비싼거~ 1인분 4만원' 요즘 말로 '헐~' 동생네가 사는거니깐. 나는 뭐 맛있게 먹기만 했다. '크크크'


"오빠!~"

"후식 먹으러 가야지.. 비싼데로 하하하"


^^;


일산으로 오다 보니 파주헤이리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참에 들렀다.


미술관보다 화덕 피자가 유명한 카페

커피도 비싸고 화덕 피자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지만, 2층에 자릴 잡았다.


아버지와 나는 따로 바람이 솔솔 부는 좌석에 앉아서 공원 프리마켓을 내려다보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부자지간에 뭐 별말이 있겠는가?

커피만 마실 뿐이지..


말로 하는 것보다

핸드폰에다 단어를 써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그리했다.


"좋으셔?"

웃으신다.


더 이상 무슨 대화가 필요하겠는가.


농촌에서 반평생을 사신 분이 이제야 한시름(?) 놓으시며 아메리카노 한잔을 즐기고 계신 듯 싶었다.

아버지와 나는 이렇게 2층 테라스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느끼며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좋았다. 그냥 좋았다.

눈시울 찡해지는 그 시간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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