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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테리어,  모니터 한 대면 충분합니다.

책상 옆에 낸 창문 하나가, 건조한 사무실의 공기를 가습하고있다.


<인테리뷰 사무실>

일하는 공간에 창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windoswap'이라는, 세계 도시들의 창 밖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사이트이다.


내가 앉아있는 의자에서 고개만 돌리면 뉴욕의 뒷골목을. 베네치아의 수로를. 프랑스 시골길을 걷고 있는 노부부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시간이라는 점이 매우 매력 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사는 또 다른 나의 일상을 창 너머로 마주하는 느낌이다.


코로나와 오미크론은 거리두기만 연장한 것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모은 돈으로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유럽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백년가약을 약속했던 신혼여행. 나으시고 기르셨던 부모님께 감사함을 전하려던 효도여행. 비행기를 타기 바로 전 날 밤, 캐리어에 함께 싸매 넣었던 그날의 설렘과도 우리는 멀어져야 했다.


그렇게 멀어진 요즘이라서. 우리는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낯선 나라의 풍경이 더욱 반가웠나 보다.

<창문 속 노부부>

창을 켜고서 달라진 점 또 하나. 동료들 말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오, 여기는 또 어디예요? ' '눈 내리네... 저기서 딱 맥주 한잔만 하고 싶다.' '런던 진짜 좋았는데...'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자연스레 말 문을 튼다. 서로가 여행했던 추억을 나눈다. 또 누군가는 거래처 엑셀 파일을 띄워놓고 잠깐의 정신적 일탈을 범한다.

건조했던 사무실의 공기를, 새로 낸 창 하나가 가습 하고 있다.


좋은 공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집과 직장 그 사이 어디 즈음에 있는 목적 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 사람들은 집 앞 카페를 찾는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한 것보다는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른 곳 보다 더 좋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소진하는 무엇을 채워주는 곳. 그곳이 좋은 공간일 것이다.

<윈도우 배경화면. 이제그만 보내주자>

그런 의미에서 'windoswap' 좋은 공간을 이루는 요소로도   있다.


꾸밈없는 창 너머의 풍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맛. 향. 냄새 등

오감을 넘어 과거 우리가 감각했던, 지극히 사적인

시간을 떠올리게 해 주는 창. 눈으로 듣는 ASMR.


파란 하늘과 초록 언덕의 배경화면 대신에 새 창문을 열어보자.


당신의 일터가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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