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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음 Apr 21. 2024

진지한 이야기

6. 습관 들이기 연습생

오늘의집에서 나무 파티션과 나무 그림을 샀다. 침대를 창쪽으로 옮기고 책상은 문 앞으로 옮겼다. 이전에는 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침대가 있어서 집에 오면 곧장 눕곤 했다. 책상 앞에 나무 파티션을 설치해 침대를 가리고 빈 벽에는 나무 그림을 걸었다. 나름 작업실 느낌이 난다. 책상 위에 노트북, 기계식 키보드, 독서대 자리를 지정했다. 출근 전, 퇴근 후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방 구조를 바꿨다. 뇌 구조가 그대로라 별 효과는 없었다.


카페인을 끊고 쇼츠를 줄였다. 잠이 달고, 생각이 이어진다. 손으로 펜을 쥐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 또 별개의 일. 이런저런 쓸 거리들이 머릿속에 두둥실 떠다니는데 글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나 욕구가 별로 없다. 글쓰기 과제도 대충대충 끄적여서 내고, 일기도 쓸까 말까 고민하다 안 쓰는 날이 더 많다. 요즘엔 다시 집에 오자마자 눕고, 카페인도 종종 마시고, 쇼츠 보는 시간도 조금 늘었다.


오늘 아침에 한국어 시험을 보러 갔는데 대기 시간이 지루해서 수험표 뒤에 아무 문장이나 적었다. 시험을 마치고 버스 타고 오면서 그 문장을 브런치에 옮겼고 방에 와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장으로 고쳤다. 갑자기 왜 수험표 뒤에 오래도록 안 쓰던 글을 썼을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시험 보러 가는 길에 봤던 문자 한 통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독서모임 단톡방에 올라온 이번 달 책 제목이다. 시험 끝나고 답장하려고 스치듯 본 문장인데도 나는 갑자기 글을 썼다. 내가 글쓰기를 미뤘던 이유를 알려주는 짧은 문장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는 갑자기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 글의 결론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글 쓰는 습관이 들 때까지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내일부터 다시 덜 눕고, 디카페인 먹고, 쇼츠도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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